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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직시하는 자만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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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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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활>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역적으로 몰린 아버지의 죽음과 남매의 생존기,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 등으로 버무려진 스릴 오락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영화 <활>을 관통하는 것은 당연히 활이다. 활은 병기 중 하나이다. 창과 칼보다 속도도 빠르고 파괴력 또한 거세다. 먼 거리에서 적을 제어할 수 있는 무기가 활이다. 활은 그런 무서운 무기의 상징이다. 활의 진화가 로켓포, 미사일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활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미학을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국위를 선양하던 양궁에 환호하던 게 전부였다고나 할까. <활>은 그야말로 활의 미학에 몰입하게 해주었다. 활은 활시위를 떠나면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간다. “쏜 살”이란 말이 바로 그것을 이른 말이다. 어떤 병기도 활보다 더 그렇게 목표에 전력 질주하는 것은 없다. 활시위를 떠난 활의 전력질주, 그것은 극복에의 의지이다. 무엇을 극복하기 위한 열정인가.
두려움이다. 모든 사람은 두려움이라는 본능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생존에 대한 두려움, 패배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몰락에 대한 두려움, 소멸에 대한 두려움 등등.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두려움은 사람을 망친다. 이 태생적 두려움 때문에 정치도, 경제도 여러 면에서 약육강식이 판친다. 병자호란을 당한 조선은 청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임금이 무릎 꿇는 굴욕을 당했다. 영화 끝 장면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조선의 조정은 포로로 잡혀간 백성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비굴한 역사가 남겨져야 했는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과연 어떠했는가.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을 끝까지 지켜주었는가.
이 작품은 깊은 생철학을 웅변하고 있다. 모든 관객, 아니 이 땅에 사는 모든 백성들에게 그들을 위협하는 어떠한 형태의 두려움이라도 “직시”하라고 포효한다. 영화는 한국인들에게 부끄러운 현실을 인식하라고 일갈한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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