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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 사순절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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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태화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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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추태화 교수 사순절이 깊어간다. 만물이 깊은 동면에서 깨어나는 계절에 이제 우리 영혼은 겸손히 고개 숙이는 시간이 다가온다. 만물의 주인이 만물의 종처럼 낮아지는 무한한 사랑이 우리를 덮는다. 예수, 우리가 가진 모든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하신 이름. 그 거룩함을 묵상하며 조금이나마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골 1:24)에 동참해야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의 십자가에서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가. 우리는 고속으로 질주해간다. 고속버스, 고속철도, 초고속점보비행기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광속(光速)으로 질주한다. 질주의 욕망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우리가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달려가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정지하고 싶을 때 정지할 수 있는 브레이크는 마련되어 있는가. 이처럼 앞으로만 달려가다 과연 정지하고 싶을 때 제대로 설 수 있을까. 인류문명사는 질주의 종점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문명의 종언이 그것이다.

풍요에의 욕망 또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큰 것이 좋다’라고 외치며 더 큰 것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인간 군상들. 큰 집, 큰 자동차, 큰 권세, 큰 명예, 큰 돈, 큰 집단, 큰 밥그릇, 큰 주먹..... 우리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우리를 이 치명적인 질병에서 건져낼 수 있는가. 빅사이즈를 자랑하는 우리 시대를 과연 어떻게 치료해야한단 말인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던 정부도, 실용을 추구하던 기업들도 합병을 빌미삼아 자꾸 커지는 현상,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개인들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인가.

사순절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고난, 고간의 비밀에 있다. 십자가는 패배처럼 보인다. 십자가는 절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십자가는 승리의 표상이다.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빌 2:9). “십자가로 승리하셨느니라”(골 2:15). 사순절에는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자. 묵상하고 또 묵상하자. 여기에 살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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