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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 출근길 전철안에서의 소회(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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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형래 본부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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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래 본부장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전철로 출근을 하면서 매일 보게 되는 광경이 있다. 그것은 신문을 수거하는 분들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주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젊은 분들도 있고 더 나아가 대학생 정도의 나이 또래의 청년들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에는 옷을 제법 깔끔하게 차려 입은 분들도 간혹 볼 수 있어 ‘저 분들도 설마 생계를 위해 신문을 수거하시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 분들은 거의 경쟁적으로 전철 안을 돌아다니면서 수거를 하신다. 한 분이 이미 훑어가신 후에 바로 또 다른 분이 지나가신다. 이미 누군가가 훑어 간 곳을 지나가시니 당연히 수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무거운 짐 가방에 신문을 한 가득 넣어 짊어지시고 키가 작아 전철 선반에 올려 있는 신문을 힘들게 꺼내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좀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르신들은 마땅한 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 그런 일이라도 하신다지만 젊은 사람들까지 그런 일을 하는 걸 보면서 요즘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을 실감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 분들이 모두 생계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시는지 아니면 몇몇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손자들 과자 값을 벌거나, 이를 모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쓰기 위해 그러시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청년실업률은 7%대 후반에서 8%대 전반에 이르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는 슬픔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나 청년실업은 최근 들어 고용이 점차 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그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경우는 어떤가? 그 분들은 보수와 직종에 상관없이 일을 하려고 해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다.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빈곤노인실태는 OECD 30개국 중에서 최악이며, 노인인구의 약 45%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경기불황으로 청년실업 등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빈곤노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지못해 신문을 수거하는 일까지 하시는 것이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6.25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근대화와 산업화의 현장에서 경제발전의 역군으로 대부분의 삶을 바쳐 오셨다. 그 분들에게는 개인의 삶보다는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라는 명제가 훨씬 중요한 테마였던 것이다. 그 분들 한 분 한 분이 우리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한 바는 각각 다를지라도 그 분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헌신’이라는 하나의 밀알이었다. 그렇게 당신들의 삶 대부분을 희생해 오신 그 분들은 이제 마땅히 가족과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남은 삶을 누릴만한 충분한 권리가 있는 분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룸으로써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과 복지가 향상되어 출근길 전철 안에서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역사라는 스펙트럼에서 과거 한 때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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