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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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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하는 들꽃 여행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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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작가가 아니라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목나무를 배경으로 한 설경을 사진에 담으러 찾고 싶어 하는 명소다. 필자는 주운 겨울에 눈밭에 빠져가며 산을 오를 자신이 없어 아예 포기하고 지내고 있다. 주목은 태백산을 비롯하여 함백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해발 15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의 정상 부근에서 자라는 상록의 큰키나무다. 필자는 태백산은 걸어서, 함백산은 정상 가까이까지 차를 타고 올라서 주목의 멋진 모습을 만났었지만 겨울이 아니어서 설경을 담지는 못했다. 덕유산은 겨울에 스키장의 곤돌라를 타고 올랐었는데 이미 죽어버린 주목들을 볼 수 있었다. 스키장 활강코스를 만들기 위해 수백 년 묵은 주목을 옮겨 심었다는데 살아날 수가 없었던 게다.

 

수형이 아름다워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어 고급 수종으로 대접받고 있는 주목은 꽃처럼 예쁜 빨간 열매를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달고 있어 푸른 잎과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햇빛을 받은 열매의 모습은 앵두보다 더 선명하고 터질 듯 팽팽하여 탄력이 넘쳐 보기에 먹음직해 한 알 따서 입에 넣고 싶어진다. 필자도 그 유혹에 넘어가 한 알 입에 넣어보았었는데 달콤한 맛이 먹을 만 하였다. 씨에는 독성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뒤에 알게 되었는데 달콤한 과육만 맛을 보고 씨를 삼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싶다. 열매를 들여다보면 붉은 과육이 씨를 완전히 감싸지 않고 마치 항아리 속에 보물을 담은 듯한 모양이 특이하다. 주목 열매의 씨에 독성이 있는 것은 짐승들이 달콤한 열매의 과육만 먹고 씨는 버리게 하려는 종족 번식을 위한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를 본다.

 

주목은 ‘붉은 나무’란 뜻으로 나무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속살도 유난히 붉어서 ‘붉을 주(朱)’ 와 ‘나무 목(木)’을 더하여 주목(朱木)이라 부른다. 주목을 가리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수명이 긴 나무로 우리나라 높은 산에는 5~6백년의 수령을 자랑하고 있는 주목들이 자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문명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다. 과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하면서 덕유산과 발왕산(용평 스키장) 정상의 주목들이 잘려나갔고, 더러는 옮겨 심었다고 하지만 5~6백 년 된 거목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사한 것을 보면 문명 때문에 원시의 나무들이 희생을 당하는가 싶어 죄스럽다.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곳 역시 스키 활강코스의 국제 규격을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 유일의 5백년 넘은 원시림인 가리왕산 정상의 주목들을 베어내고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단 3일간의 활강경기를 위해서라니! ​

 

주목의 꽃말이 ‘고상함’인 것은 한겨울 눈이 내릴 때도 늘 푸름을 간직한 나무이기 때문이리라.

 

 

 

신 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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