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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송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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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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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하는 들꽃 여행 (164)

 

식물들 중에는 스스로 자라가지 못하고 다른 식물들에 기생하여 자라는 것들이 있다. 지난 호에 만나본 야고는 억새에 기생하여 자라는 식물이다. 오늘 만나는 나도송이풀은 엽록소가 있어 자기 스스로 양분을 만들면서도 다른 식물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반기생 식물이다. 산지의 양지쪽 풀밭에서 자라는데 9월쯤에 분홍색의 꽃이 달린다. 꽃 모양은 입술처럼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윗입술은 짧고 두 갈래로 갈라져 뒤로 말려 있고 아랫입술은 넓고 세 갈래로 갈라지며 아랫입술에 두 개의 흰 밥알이 붙은 것이 특이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 5종이 자생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종만이 자생한다.

이 아이와의 처음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 강화 대교 건너기 전의 김포 문수산에서였다. 휴양림에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성곽을 만나게 된다. 문수산성은 강화를 지키기 위해 조선시대에 축조한 성곽으로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기도 한 곳이라고 한다. 그 성곽을 따라 오르다보면 중간쯤에서 비밀통로인 3개의 암문 중 하나와 만나게 되는데 거기에서 문수사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갈린다. 바로 그 지점에 쑥과 엉켜서 한 무더기의 나도송이풀이 꽃을 달고 방긋 웃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분홍색의 꽃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뒤로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며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쉽게 만나지지 않았다, 찾는 자에게 찾아진다는 성경의 말씀대로 우연하게 뜻밖의 장소에서 이 아이들을 만났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화엔 요즘 산밤이 한창이다. 필자도 며칠 전 집 건너편 산자락에 밤을 주우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길옆 풀숲에서 줄지어 곱게 피어 있는 나도송이풀과 만났다. 오래 기다렸던 것만큼 반가움도 더했다. 카메라도 갖고 있지 않았거니와 때가 오후인지라 강한 가을 햇볕에 꽃이 생기를 잃어 보인다. 내일 아침 싱그러울 때 사진에 담으리라 마음먹고 기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하루 일과의 제일순위로 건너편 산자락으로 올라 이 아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씨가 영글면 씨를 받아와 우리 뜰의 풀밭에 뿌려보리라 마음먹는다.

식물 이름에는 ‘나도’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들이 거의 60여 종에 이르는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나도송이풀은 원래 송이풀이 있는데 아이도 그 송이풀을 닮았다는 데서 ‘너만 송이풀이냐? 나도 송이풀이다“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나도송이풀과 송이풀은 식물 분류학상 속(屬)이 다른 식물이다. 꽃말이 ’욕심‘인 것은 자기의 양분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기 때문이거나 송이풀도 아닌 것이 나도 송이풀이라고 우겨대서인가 보다.

 

신 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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