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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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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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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의 2박3일의 목회계획세미나가 끝나는 날은 아침 식사 후 폐회예배를 마치는 것으로 일정이 끝난다. 예배를 마친 시간이 오전 10시쯤, 돌아오는 길은 동해안을 따라 좀 남쪽으로 내려가 양양을 거쳐 한계령을 넘는 길로 접어든 얼마 후 길을 바꿔 구룡령을 넘어 홍천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미천골과 구룡령의 들꽃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미천골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오대산 국립공원의 딱 중간쯤으로 길고 긴 비포장 흙길의 임도(林道)를 따라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나란히 흐르고 있어 자연미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한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들끓었을 테지만 9월 하순의 미천골은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우리 내외의 발자국 소리만이 산속의 고요를 잔잔하게 흔들어 놓는다. 길 옆 바위에 군데군데 구절초가 피어 있어 드문 방문객을 환영하며, 좀 습한 곳에는 이슬 머금은 물봉선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미천골에서 나와 구룡령으로 향한다. 구룡령 정상은 해발 1,013m, 양양과 홍천을 잇는 고갯길이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올라 정상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들고 길 옆 숲으로 들어선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여기 저기 투구꽃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긴다.
옛날 요염하고 아름다운 왕비로 있었던 마녀 메디아는 괴물을 물리치고 돌아온 왕자 데세우스의 용맹에 위기를 느껴 독이 든 술잔을 건네었다. 왕자는 그녀의 웃음 속에 숨긴 살의를 느끼고 교묘히 피하자 왕비는 본래의 마녀로 바뀌어 그 술잔을 던져버리고 도망쳤다. 대리석 바닥은 술잔에 있던 독으로 거품을 내고 녹아내렸는데, 그 독은 마녀가 빚어낸 투구꽃이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투구꽃의 뿌리는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고 하니 그 독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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