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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여행|수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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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철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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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hoto/201010/3516_2838_3939.jpg)
꽤나 더운 여름날이었다. 카메라를 챙겨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계양산 너머 목상리를 찾았다. 거기에는 소를 먹이느라 풀밭이 많이 있었는데,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었다. 도로 건설로 집들이 헐려 빈 터로 남아 있었다. ‘개 눈에는 ×만 보인다’고 했던가? 거기 재회를 고대하던 수박풀이 8월의 폭염과 메마른 땅에서 키가 자라지 못해 한 뼘 정도의 키에 꽃은 시들어 있었다. 그러나 반가웠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도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재회를 기다렸더니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 주셨나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아마도 헐린 집의 마당 귀퉁이이었음직한 곳에 두 포기가 더 있었다. 그냥 두면 공사 차량의 흙더미에 살아질 것이 뻔하였다. 마침 페트병이 있어서 주변 웅덩이서 물을 떠다가 수박풀 뿌리에 붓고, 할 수 있는 대로 흙을 붙여서 교회에 가지고 와서 심었다. 제발 살아달라고 마음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잘 살아서 꽃을 피우더니 씨를 맺었다. 이것을 잘 받아서 이듬해 뿌렸더니 식구가 늘었다. 지금까지 가을에 씨를 받아 봄에 뿌려 생명을 이어주고 있다.
그 후 1999년 연평해전이 있던 해 여름 군부대를 위문하기 위해 백령도를 찾았다. 숙소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를 걸으며 보니 콩밭에 난 잡초가 다 수박풀이었다. 오후에 버스를 타고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데 창 밖으로 보이는 논두렁에도, 몽돌해수욕장의 길가에도 온통 수박풀이었다. 뭍에서는 보기 힘든 데 여기는 왜 저렇게 흔할까? 인간의 편이만을 생각하는 농약 사용이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강화에서는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린 논의 쌀은 수매를 하지 않겠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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