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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함 속에 오는 복병,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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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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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지나고 5월, 화사한 꽃들의 향연이 끝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 기온으로 치솟는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봄, 가을이 사라진다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아닌 게 아니라 4월 부활절 즈음에는 눈보라 치며 매서운 바람이 불기도 해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되새기기도 했다. 그런데 오월, 기온은 치솟아 오르고, 벌써 여름인 듯 싶은 거리의 분위기다.
이즈음에서 사람들은 뭔가 나른함을 느낀다. 날씨도 가정의 달을 맞아 계속 화창하다. 이제는 봄나물의 반짝하는 입맛도 서서히 시들해지고 오후엔 졸음도 쏟아진다. 권태감이 찾아오기 딱 십상이다. 권태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남아있다. 일제시대 지식인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듯 한 이상 선생의 <권태>를 필두로, 마르케스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의 퇴역 군인의 무료한 나날이 어른거린다. 권태감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아무래도 노벨상 수상작 <고도를 기다리며>(S.베케트)가 아닌가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은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 왜 오는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린다, 무작정. 그들은 권태를 누구보다 절실히 체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권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권태, 그 창조적인 역사>에서 저자 P.투이는 권태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권태 속에 창조성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권태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바로 그 역겨운 감정이 사실은 인간을 위험에서 구조해줄 수 있는 예비신호라는 것이다. “혐오감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회피 반응이다.” 다음으로 권태는 그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게 된다. “어떻게든 탈출하고픈 갈망”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권태는 일상에서 만나는 일시적 현상이므로 여러 가지 삶의 변화를 통해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 권태는 자세에 따라 창조성으로 역동화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한국 교회가 권태로워 떠나는 이들이 없지 않은 현실이다. 염려만 할 것이 아니라 이 현상을 역전할 수 있는 창조성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이미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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