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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와 한국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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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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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날라온 한 권의 책,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가 세상에 회자되고 있다. 한 교수는 한국에서 공과대학을 나오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철학, 독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두껍지 않은 이 저술은 독일 독서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해진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현대사회를 해부한다. 여기에 부정성과 긍정성이 대비된다. 그는 과거 시대는 부정성에 대한 저항의 시대였다고 본다. 마치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방어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것은 이방인, 타자에 대해 배타적인 현상과도 유사하다. 이에 반해 현재 상황은 긍정성이 우세하다. 경쟁, 개선, 혁신, 발전, 부흥 등의 개념이 모든 사회에 스며들어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한 교수는 바로 이 긍정성이 현대 사회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너무 많이 경쟁한 결과, 너무 많이 발전하려고 한 결과, 너무 많이 혁신하려고 한 결과, 너도 나도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긍정성의 부정이 바로 오늘의 삶이 아닌가.
한국 기독교를 생각해 본다. 우리 교회는 언제부터인지 자본주의적 속성을 수용한 것 같다. 교회는 전도하고, 땅 사고, 성전 건축하고, 그 다음 교육관 짓고, 출판사 차리고, 기도원 짓고, 교회 묘지 마련하고 등등... 교인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교회성장모델이 과연 하나님의 뜻인지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교인들은 피곤하다. 이미 그 증상은 벌써 1980년대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개발에 발맞추어 오다보니 교회생활도 그런 정신과 속도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부담주지 않는 설교스타일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예배는 쇼인가?!”라는 반성이 나온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복음의 본질보다 교회의 그 어떤 프로그램에 따른 후유증이 교회 안에서도 발견된다. 일부 한국 교회는 피로하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뇌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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