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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 변화 속에 내실 다진 청각장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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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부숙 교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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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숙 교장 (인천성동학교)

올해는 우리나라의 청각장애교육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중 우리 인천성동학교가 5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나라 청각장애교육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우리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내년이면 30년, 이 역시 적지 않은 세월인지라 새삼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처음 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수화도 서투르고 지도방법에 대한 시행착오도 많아 부끄러움에 낯이 뜨거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던 만큼,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지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방과후에는 학생지도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그림카드와 글자카드, 괘도를 만드는 일로 늘 시간이 부족했다. 겨울이 되면 시커먼 조개탄으로 불을 피우느라 교실은 물론 학생들 얼굴까지 온통 검게 그을었는데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요즈음은 각 교실마다 쾌적한 냉난방시설과 멀티미디어 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도 없으며, 학교에 올 때도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니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학교에는 특수교육보조원을 비롯해 특기를 지도해주는 강사, 종일반 교사 등 여러 분야에서 장애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을 지원해주는 분들이 많다.

변한 것은 이런 외적인 교육환경만이 아니다. 2007년에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2010년부터 유치원 과정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특수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정했으며 이를 전액 무상교육으로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아이가 장애가 있다면 돌이 안 된 갓난아기라도 학교에 입학하여 어엿한 학생이 될 수 있으며 교육에 드는 비용도 일체 없다. 교육의 시작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부터라고 알고 있는 우리 어른들에게는 실감나지 않는 일이다.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일반교육보다 한발 앞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학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영아교육에 관심을 두고 비공식으로 교육적 지원을 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공식적인 영아반을 편성하여 영아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금년도에는 인천지역 최초로 장애영아교육 ‘정책연구학교’로 선정되어 영아교육의 기초를 마련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

이런 커다란 변화와 발전 속에서도 최근의 청각장애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장애학생이 감소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이 없는 세상이 이상적인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통계에 의하면 청각장애아동의 출현율은 크게 변하지 않은데 반해 청각장애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나날이 감소하여 전국적으로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공와우수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말을 배우는 2세 이전에 수술을 하고 일찌감치 일반 초등학교로 통합하기 때문이다. 듣는 기능이 회복되어 잘 듣고 말을 잘해서 일반 학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려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아동에 관한 것이다. 아이가 청각장애로 태어나면 대부분의 부모는 병원에 달려가게 되고 병원의 진단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며 아픈 곳을 수술로 치료해서 회복했으니 장애가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학적인 처치가 잘 되었다하더라도 교육적인 처치가 필요한 아동이 있으며 부모가 이를 선별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데 그 문제가 있다.

가끔 입학상담을 하다 보면 특수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주저하는 학부모를 본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특수학교라서 힘든 부분 보다는 특수학교라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훨씬 많다.

특수학교는 글자그대로 장애학생을 위한 제반 교육적인 인적자원과 시설, 그리고 교육 컨텐츠를 구비하고 있는 특성화된 교육기관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학교는즐거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학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과 더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질높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어 좋고, 학생들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끼리의 공감대가 잘 형성되니 좋을 수밖에 없다. 늘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특수학교에서 청각장애학생들이 넉넉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이러한 행복한 모습이 먼 미래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그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겠다는 각오를 조용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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