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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세요 라는 말에 숨은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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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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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 없는 기도 제안은 립 서비스에 불과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는 기도를 왜 부정하십니까? 이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이런 말을 듣고, 이런 글을 쓰면 기도에 대한 능력을 부정하십니까? 라는 댓글을 달아놓는 목회자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습게도 난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너희들은 이빨에 고춧가루가 끼면 기도로 빼냐? 기도로 빼야 신앙 좋은거냐? 난 이쑤시개로 뺀다.”
요즘 국가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사 자격증 과정에 많은 목회자와 교회 관계자들이 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내가 가장 많이 불려 나가는 강의도 이런 사람들을 교육하는 강의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내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기도하란 말을 하지 마십시오. 기도를 너무해서 절망에 빠진 사람이 많으니까요. 실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신앙적 접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그런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기독교인 가운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들과 함께 고난을 이겨나가는 전략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신념, 신앙, 교리를 주입하려는 강한 믿음의 소유자들을 많이 만난다. 그러나 그런 폭력의 희생자들은 엄격히 말하면, 자기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자들이다. 그들에게 치료란 우선 자신의 언어, 자신의 주장, 자신의 분노를 발견하고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 처한 그들에게 기도하라는 말은 다시 말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신념을 너도 따라서 하라는 말로 전달되기 쉽다.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보면, 기도하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기도하면 됩니다” 라는 말에는 “다른 방법은 인간적입니다” 라는 강변이 숨어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난 다른 방법을 모르니 당신에게 기도하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 혹은 “기도하십시오” 라고 하는 말은 자기희생 없이 권유할 수 있는 립 서비스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뭔가 의미 있게 보이기 위한, 즉 무게를 잡는 용으로도 사용된다.
차라리 이런 게임을 하면 좋겠다. 기도해서 안 되는 내용을 기도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돈이든 물질이든 그 무엇으로든 환산해서 상대방에게 대불해 주기로 말이다. 그러면 쉽게 기도하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주님이 기도하라고 말한 것은 자기희생이 포함된 기도를 하라는 말이지 자기희생이 없는 자기도피의 의미로 기도하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당신도 기도하며 숙명처럼 십자가를 지시게 된 것이다.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보듯이 강도 만난 자를 도와주었던 선한 사마리아인이 단순히 기도하라고 말하고 지나치지 않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기도하라는 말의 의미를 추론해 볼 수 있다. 평소 올바른 기도를 하는 사람은 그런 슬프고 고통당하는 사람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성의 참된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은 내가 인간적인 두려움으로 마땅히 가야할 신앙의 길을 가지 못할 때 신앙의 길을 가게 하는 성령의 능력을 받는 것이지,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도하라는 말은 초월적인 능력만을 구하는데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다. 기도하는데 왜 가난하며, 기도하는데 왜 고난당하며, 기도하는데 왜 힘든 길을 가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기도하기 때문에 그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를 하늘로 부여 받는 것이다.
기도만을 주장하는 분들께 다시 묻고 싶다. 기도하라는 말의 중요성만큼 자기희생을 하실 용기는 없는가. 자기의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울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곧 주님을 위해 드릴 용기가 없냐는 말이다. 지금 당장 하라는 게 아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 그렇게 다 놔두고 가겠다고 우리 약속하기로 하자. 그런 자기희생이 없이 기도하라는 말은 왠지 자기기만의 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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