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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만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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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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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난 심장질환 초기로 학교생활을 참으로 어렵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심장질환은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어느 때나 병원을 간다며 조퇴를 할 수 있었으며, 남들이 다 뛰어노는 체육시간에는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외로운 아이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처럼 외로움에 젖어 있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 하나가 생겼다. 그는 오른 팔이 선천적으로 기형에다 곱추처럼 오른쪽 등이 튀어나왔으며 난쟁이처럼 체구도 작았다. 그런 외모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손잡이가 된 아이였다.
그는 자신도 불편한 몸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서도 병약한 나를 위해 학교 등하교 길에 나의 가방을 들어주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 내 가방과 자신의 가방을 기형적인 오른팔에 걸고 작은 체구를 비틀며 걸어가는 모습은 기이한 풍경이었다.
학급의 덩치 큰 아이들은 이 왜소한 친구를 놀리고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어느 때는 쓰레기통에 집어넣기도 하고 그 친구를 역기 삼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등 심한 장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그는 이러한 친구들의 장난이나 놀림에도 한 번도 울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는 신학교를 가고 그 친구는 내 기억에 추억으로 자리 잡았을 무렵 나는 군복무 차 고향에서 전투경찰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어느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나는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만난 그는 어린 시절의 나를 도왔던 그 순진하고 착하디 착한 모습이 아니라, 그 도시의 깡패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얘기인 즉 이랬다. 가정형편상 인문계에 진학을 못하고 상고에 진학했지만, 그 곳에서도 장애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전거 체인을 돌리며 학교의 불량 서클에 가담했고 그 서클과 다른 서클과의 싸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학교도 중퇴했다고 했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던 그는 점점 그릇된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는 칼잡이가 되어서 지역 조직에 가담했고 나름대로 악랄함을 밑천 삼아 넘버 투 까지 되었노라고 했다.
정말 황당하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환영하여 후배들과 친구에게 소개시키고 신학생 신분임에도 거의 목사 대우를 해주었다. 그런 그의 태도 때문에 많은 조직 후배들이 나에게 고민을 하소연하기도 하고 나도 그런 후배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조언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장성한 시점에서 만나 그 반가움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어릴 때 가졌던 순수함보다는 삶의 이질감 때문에 오는 불편함 들이 많아졌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내 눈에 비친 그의 행동은 깡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나는 예전의 병약했던 친구가 아니라 고지식한 종교인으로만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러던 무렵, 그 친구는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는 사고를 치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내가 신학생으로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범인으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 신세가 된 친구를 도울 수는 없다는 종교적인 압박이 나를 짓눌렀던 것이다. 결국 약속한 장소에 나가지 않고 방안에 있던 나는 이 순간 이후 다시는 그 친구와 해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장의 사진을 들고 변명처럼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의 아름다웠던 시절만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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