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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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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희 부소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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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문제는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 높은 이혼율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혼과 고령화 사회문제 등은 상담소에서도 논의를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이 되는 ‘혼인’ 특히 낮은 출산율과도 맞물리는 우리 사회의 낮은 혼인율에 대해서도 더 늦기 전에 사회 전체가 본격적이고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지난해인 2009년 우리나라의 조혼인율-인구 1천 명 당 혼인건수-은 6.2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1980년대부터 연도별 수치를 살펴보아도 중간 중간 한 해씩 잠깐 상승하는 정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조혼인율은 해마다 낮아지는 추이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체로 1990년대에는 9건대를 기록했으며, 2000년에 7.0건이었던 조혼인율은 2001년부터 6건대에 이르러 해마다 낮아지다 지난해 6.2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또한 평균 초혼연령은 해마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현실을 돌아보면, 명절 전후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들로부터 ‘왜 결혼 안하냐?’ ‘빨리 결혼해라’ 혹은 ‘왜 빨리 아기를 낳지 않느냐?’ ‘어서 둘째를 낳아라’는 지나친 관심 혹은 간섭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혼인이나 출산, 이혼 등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것이어서, 이러한 관심을 표시하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공적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것과 사적영역에서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싶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의 관심, 간섭이 아니라 혼인과 자녀 출산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과 관련한 법과 제도, 정책 전반에 있어서는 진정 깊이 있는 검토와 반성 그리고 대안마련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가장 쉽게 표현해 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인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입니다. 높은 청년 실업률, 내려올 줄 모르는 집값과 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사회 전반이 처한 현실이니 또 그렇다하더라도 뒤틀린 교육현실에서 비롯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교육비는 물론 임신과 출산, 육아과정에서 사회적 공적영역이 당연히 담보해야 할 것들을 개인에게 온통 책임지우고 있는 것은 어떤지 또한 출산과 육아를 비롯한 가사노동 전반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의 좁혀질 줄 모르는 인식의 격차가 오늘날 우리 가정의 근본을 뒤흔드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주변을 보아도 전업주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맞벌이를 하더라도 육아는 물론 가사 전반까지를 거의 전담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현장에서 내몰리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퇴직을 종용받거나 보직과 승진 등에서 공공연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탁아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관리 감독도 철저하지 못해 탁아시설에서의 사건과 사고도 심심치 않게 뉴스가 되는 것이 이 땅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셋째 자녀를 낳으면 출산비용 얼마를 국가에서 대준다는 식의 발상은 저출산 대책으로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며 나아가 예산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곳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 올 때, 혼인과 출산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의 시각과 정책의 근본에서부터 철저한 고민과 반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족의 근원에 대해 그 의미와 현재의 문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수립하여 그것이 가족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을 때, 그 책임을 진 정책부처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우리 사회의 근원을 이루는 가정이 제대로 서고 이러한 가정을 기반으로 사회 전반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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