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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탈북자와 함께 우는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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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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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교수(고신대 컴퓨터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 당국이 탈북자뿐만 아니라 탈북자 가족들도 대거 잡아들이면서 ‘탈북자 가족의 삼족을 멸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협박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지난달부터 서울의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탈북자의 가족조차도 처형당하는 현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연예인들이 함께 울기로 나섰다.
지난 3월 4일 저녁, 연세대학교100주년 기념관에서는 탈북자 강제송환에 항의하는 연예인들의 콘서트가 열렸다.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앞둔 탈북자를 위해 남한의 연예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함께 울어주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콘서트의 제목은 이들 모임의 이름을 따서 ‘우리 함께 울어요’라는 뜻의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였다.
북한을 탈출하던 아들을 중국국경에서 잃어야 했던 탈북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영화 <크로싱>의 주인공 차인표 씨는 이 행사의 중심에 있었다. 바른생활 연예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와 그의 동료 연예인들은 이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공연의 핵심은 최고의 가수들이 들려준 노래가 아니었다. 차인표와 뜻을 같이한 윤복희, 노사연, 이무송, 박상민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펼친 릴레이 약속에 있었다.
“나 최란·이충희는 탈북자들을 위하여 함께 울겠습니다. 나 강원래·구준엽·김송은 탈북자들을 위하여 함께 울겠습니다”
중견 연기자 최란 씨와 이충희 농구감독 부부를 비롯해서 클론의 강원래·김송 부부 등 연예인들이 차례로 나와서 탈북자들과 함께 울겠다는 선언을 할 때 한국 연예인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토록 많은 연예인들이 단시간에 모여 북한의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려는 중국정부에 항의하고, 강제송환에 따라 고통 받을 사람들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며 그들과 함께 울겠다는 선언을 한 일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문화의 시대에 연예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역할을 보여준 일이라 할 수 있다.
탈북자들의 생명을 지켜주고자 하는 연예인들의 이 같은 노력이 귀한 이유는 이것이 통일을 이루는 힘이 되고, 또한 통일 후 남북이 정서적으로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까닭이다. 이미 북한에서도 남한의 드라마를 보고 가요를 즐기는 한류열풍이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탈북자들을 통해서 전해들은 바 있다. 그런데 막상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적응의 어려움과 남한사람의 냉대 때문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막상 통일이 되더라도 민족이 진정 하나된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을지 모른다. 이 때 ‘크라이 위드 어스’는 남북한 사람들이 한마음을 갖게 하는 좋은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굶주림을 면하고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탈북하다 잡히는 바람에 죽음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남한의 연예인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은 남과 북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아름다운 감동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는 까닭이다.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있음 알 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롬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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