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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정책, 온정주의와 시혜를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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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희 부소장(한국가정법률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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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고 가난한 여성이 있습니다. 병든 부모와 어린 동생들이 있고, 가진 것은 없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부유해 보이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결심합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 땅, 대개는 나이도 상당히 많은 남성과 사진 만으로 혹은 한 번 정도 만난 후 새댁이 되어 옵니다. 자신만 희생하여 결혼하면 가난한 친정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먼 곳까지 왔으나, 남편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학대를 일삼기조차 합니다.

노년에 접어들 무렵에야 상당한 수수료를 주고 혼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의 여성입니다. 혼인한 아내는 친정을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함께 살면서 가사는 전혀 돌보지 않고 돈을 벌어서 한 푼도 남김없이 친정으로 송금해 버립니다. 결혼 전에 동의한 부분이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부로써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기대했던 것은 전혀 찾을 수 없고, 자신이 그저 이용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위의 사례는 다문화 가정의 상담 사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아래는 최근 상담했던 우리나라 남성의 사례입니다.

농촌 경제의 쇠퇴와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결혼을 하지 못해 자살을 택하기까지 하는 농촌총각들의 경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혼 이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상당 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위에 제시한 사례와 같은 갈등과 마찰이 또 새로운 가정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외국인 백만 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이나 외국인 근로자 혹은 탈북자 등 전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말 그대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또 그러한 다문화 가정들이 우리 사회의 상당한 부분을 구성하게 되면서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성장과 안정을 위한 하나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각 정부 부처에서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현재 우리 사회 다문화 가정의 규모와 문제적 상황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한 편으로 적지 않은 우려를 갖게 됩니다.

몇 년 전, 국제결혼이 한창 시작될 무렵 시내 곳곳에는 결혼중매업체들의 플래카드들이 경쟁적으로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문구가 ‘ ○○○ 처녀, 도망가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내용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결국에는 당국의 단속으로 지금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만 이런 플래카드를 처음 보았을 때, 충격과 생경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포함하여 다문화 가정들이 겪고 있는 혹은 겪어야 할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우리의 대처 방법이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센터 등이 도처에 생기고 많은 사업과 그에 따른 예산들이 수립, 집행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여러 정책이나 제도 등의 수립, 집행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온정적이며 시혜를 베풀겠다는 태도 혹은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서라면 진정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들은 충분한 혜택을 받기 어렵고, 이도 저도 아닌 귀중한 예산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장기적인 안목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결혼의 과정에서부터 그들이 가정을 이룬 후 가족관계 형성, 출산, 자녀 양육기를 거쳐 안정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과정에서 어떠한 법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문제들이 있는지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혜택을 충분히 줄 수 있게 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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