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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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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희 부소장(한국가정법률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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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복지 정책에 있어 가장 우선순위에 놓인 것이 이른바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인 것으로 보인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26만 건의 국제결혼이 이루어졌고, 이 가운데 국제결혼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05년의 경우 약 4만 3천여 건에 이른다. 이는 2005년 우리나라 전체 혼인율의 13.6%를 차지하는 것이며, 농촌지역의 경우 1/3이상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살펴보니 놀랍게도 202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자녀들 가운데 5명 중 한 명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이며, 태어나는 신생아의 1/3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일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단일민족’임을 자랑으로 삼고, 불과 몇 년 전까지 남계혈통 위주의 호주제가 존치했던 나라로서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상황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 몇 년 전, 차를 타고 지나다 ‘베트남 신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결혼 전문…’ 이렇게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저런 비인간적이고 몰염치한 내용을 광고라고 하다니,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내용의 광고들이 버젓이 몇 년 동안 계속되더니 결국 2007년에 이르러서야 관계당국이 단속에 나서 지금은 상당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 며칠 전, 출근하자마자 걸려온 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쇠약한 목소리의 남성은 아내의 가출에 대해 호소해 왔다. 상담을 하다 보니, 몸이 쇠약해 거동이 여의치 않다는 남성은 60대 중반, 태국에서 온 서른 갓 넘은 아내가 가출을 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처한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의 현실이다. 위의 예에서 보듯 이러한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들의 문제가 일반적인 결혼에 비해 통계적으로 월등하게 많고 또 현재 별 문제가 없더라도 그 가정의 자녀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를 구성한다고 생각해 볼 때, 더 늦기 전에 이 시점에서 다문화가정의 문제 전반을 처음부터 그리고 근본에서부터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제36조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이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신부가 도망갈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도망가지 않는 신부’를 권하는 업체와 그 업체에 돈을 주고 신부를 사오는 것, 어떤 경우에는 지적,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자녀, 형제를 위해 다른 가족들이 돈을 모아 공공연하게 국제결혼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필요 위에 이런 저런 사연과 또 어느 정도의 환상 혹은 아예 처음부터 이용할 목적으로 결혼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개인의 존엄, 양성의 평등이 설 자리는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가정을 위해, 그 가족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리를 누리고 평등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과 혜택이 절실하지만 이러한 정책들 중에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빠져 있기에 그 부분을 채우지 않는다면 잘못된 국제결혼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거대한 폭발물을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이들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시각 또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중국 출신 혹은 러시아나 몽고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과 사돈을 맺게 될 것이다. 필리핀 2세 사위나 베트남 2세 며느리도 드물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우리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결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이것이 우리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이 우선 고려되고 무엇보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정책과 관습이라는 것을 중심에 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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