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몇 건의 상담을 했다. 부부갈등, 이혼상담 주로 그렇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혼 사유는 여전히 경제문제, 성격차이, 배우자폭력, 무책임, 가출, 외도 등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드러난 원인은 이러하지만 그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부재’가 존재하고 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가정의 90% 정도는 ‘대화부족’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모두 그렇다. 특히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 대화단절은 매우 심각하다. 부부 사이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 또한 크게 걱정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화부족이 대화단절로 이어지고 이것은 곧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의 단절로 나타난다. 가정 내에서 부부갈등, 가족갈등이 심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대화’가 무엇인지 바르게 이해해야 하고 또 올바르게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부부 혹은 가족 성원 간은 대화가 부족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많은 사례에서 보면 본인은 대화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이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 내거나 통고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대화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대화란 상대방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받아들이면서 쌍방 간 공통점을 살려 이어나가야 하며 이것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부부들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대화하자’고 시작하여 어느 한 쪽이 자기 생각을 그저 쏟아 놓고 또 다른 쪽 또한 배우자가 제기하는 문제의 근본은 제쳐 놓은 채, 말꼬리를 잡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정작 대화는 십 분을 넘기지 못하고, ‘부부싸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제대로 말하는 훈련도 되어있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 또한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대화를 통한 소통은 점점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극단적으로 되면 가정폭력 나아가 가정파탄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폭행 한 많은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말로는 아내를 이길 수 없어서’라는 것이었다. 대화부족, 의사소통의 부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을 어느 한 쪽의 탓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간 상담을 통해서보면 대체로 여성들이 남편과의 대화부족을 많이 느끼고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도 더 많이 기울이는 편이다. 여성들은 정서적으로‘말’로 무엇을 해결하는데 비교적 익숙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특히 가정에서 말과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경솔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상명하복에 익숙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과묵한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는 지식의 많고 적음, 경제력의 유무에 관계없이 우리 의식과 사고를 지배해 왔다.

특히 중년 이후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남성들이 가족 안에서 ‘소외’를 하소연한다. 아내와는 물론이고 자녀들까지도 ‘엄마와는 이야기하지만 아버지인 자신은 소외 시킨다’며 때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성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가장 많이 대화하고 서로 소통해야할 가족들을 두고 회사일, 사회적 관계에만 집중하거나 가족문제를 피하기 위해 음주나 놀이, 취미활동 혹은 또 다른 사회적 소통에 더욱 몰두하지는 않았는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어버이 날, 어린이 날, 결혼기념일 선물과 인사를 챙기기에 앞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지금 자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과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 하고 있는지 먼저 돌아보면서 지금부터라도 배우자, 자녀들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어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