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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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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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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반쪽의 둘이 만나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두개의 반쪽이 만나서 완전한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은 잘못된 환상이다. 사실상 반쪽(2분의 1)x반쪽(2분의 1)=4분의1쪽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오히려 반쪽보다 더 못한 것으로, 좀 더 완전해지기 위해 결혼한 두 사람이 불완전했던 이전보다 더욱 불완전한 상태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결혼이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불완전한 자신을 좀 더 완전케 하기 위해서, 혹은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서 결혼을 선택하지만 거의 대부분 자기와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그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불완전한 것을 충족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구하는 구애 과정에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 주려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함이다. 이렇게 받기 위해 주는 사랑의 행위는 가짜 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번 상대방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환상에 속아 넘어간다. 가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완전한 하나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곧 사랑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그야말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결혼이 성사되면 자기의 원래 범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이 결혼 전에 속했던 근원적인 가족체계 사이의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자 자기한테 익숙한 범주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각자의 근원적인 가족체계에 대한 우월성을 얻기 위해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속해있던 원래가족의 생활방식만을 올바른 것으로 느끼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시작하고 서로간의 차이는 무시해버린다. 권력투쟁이 강화됨에 따라 두 사람은 각자 상대방을 자기완성에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절망한다. 결혼생활이 진행되어가면서 두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더 나을 것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이런 믿음에서 아이들의 역기능이 시작된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하나의 완전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좋은 관계란 상대방 없이도 각자 살아갈 줄 아는 두 명의 완전한 사람을 전제로 한다. 두 개의 불완전한 반쪽이 모이면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함정과 올가미에 빠져서 서로를 얽어매기 십상이다. 그래서 각자 상대방이 달라지기를(완전해지기를) 원하는 함정에 빠지고, 그 함정에서 누구도 자유롭게 빠져나올 수 없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두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나 점점 더 고통스런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부부상담을 하면서 이런 함정을 무수히 보게 된다. 서로 상대방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

건강한 관계는 결핍감으로 맺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각자는 다소 완전한 전체가 되어 가는 과정(홀로 서기)에 있다. 두 사람은 서로 결합하여 성장한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통제, 비판, 비난, 판단을 포기하기 때문에 성장한다.

결혼이라는 관계는 가정의 기초이자 건축이다. 좋은 결혼이란 각자가 자신한테 자긍심을 갖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자아수용은 전체성에 이르는 왕도이다. 자기완성이나 자기가치의 인정 없이는 아무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자기완성의 과정에 있으면,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자기완성을 도울 수 있다. 개별화되고 독립적으로 된다는 것은 상대를 사랑할 필요를 못 느끼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인식, 느낌, 개념, 환상에 책임질 줄 알며, 자기 인생과 행복이 자기한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더욱이 상대방이 자신의 반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건강하고 기능적이어야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건강한 관계란 성숙한 것, 즉 동등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것이다.

부부는 각자 완전하며 통일된 존재이다.

또 각자는 독립적이며 실천적이다. 그들은 자녀를 갖는 일을 일생에서 가장 책임감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자녀를 돌보는 일에 온 힘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두 몸이 하나가 되어 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가 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 깊은 곳을 서로 나눌 수 없다면 세상살이는 참으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의 깊은 속마음과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비밀 얘기까지도 아무런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다면 살아가는 일이 정말 재미있고 신날 것이며, 참으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부부란 불완전한 둘이 만나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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