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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과 사연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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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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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노인복지관의 방송팀 ‘라디오스타’

“방송 시작 합니다~ 큐!!!”
프로듀서(PD) 조 어르신(70세)의 방송시작 신호와 함께 아나운서 채 어르신(64세)의 부드럽고 상큼한 목소리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우울한 날씨지만 맑고 쾌청한 햇살이 되어 연수구노인복지관(관장 이종렬)에 흐른다.

2010년 5월 처음 방송을 시작하게 된 방송팀 ‘라디오스타’는 ‘어르신을 위한, 어르신에 의한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5명의 어르신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위해 직접 구성하고 집필한 대본으로 방송준비와 진행을 한다. 이른 점심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방송시간 30분전 미리 방송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PD조 할아버지는 “노인들이다 보니 우리세대에 맞게 공감 가는 좋은 소재의 글들을 신간서적을 보면서 음악과 함께 소개합니다. 지난주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와 고도원씨의 <사랑합니다>를 소개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라며 대본에 눈길을 맞춘다.
라디오스타’가 진행하는 방송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12시40분부터 1시까지로 요일별로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청취자들의 귀와 마음을 즐겁고 아름답게 물들인다. 신청곡과 함께 월요일은 주말동안 있었던 이슈를 알리는 ‘월요뉴스’가 진행되고, 화요일은 사연을 소개하며, 수요일은 ‘고맙습니다. 미안 합니다’라는 주제의 글 소개와 목요일은 즐거운 세상이라는 순우리말의 ‘라온누리’로 명언과 좋은 글을 들려준다. 그리고 금요일은 ‘주말계획’으로 주변동네의 소식과 행사 등 나들이 준비를 위한 안내를 한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채 아나운서는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지원하게 되었는데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답니다. 나의 목소리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라며 노인복지관의 스타답게 예쁜 미모까지 갖추었다.
음향을 담당하고 있는 임 할머니(79세)는 “노트북을 이용해서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기기를 다루는 게 겁나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있지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복지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며 노트북 키보드를 누른다.
이날은 흐릿한 날씨에 어울리는 신청곡들 중에서 조용필의 ‘허공, 친구’와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나무스꾸리의 ‘사랑의 기쁨’ 등 귀에 익숙한 분위기 있는 곡들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추억 속의 봄으로 물들인다.
음악스텝 이 할머니(78세)는 “좋은 노래를 들으면 하루가 신나는 것 같아요. 이 나이에 이렇게 활동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용기와 자신감이 생깁니다.”라며 활짝 웃는다. 얼마 전 2기생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고 할머니(73세)와 정 할머니(69세)는 “청취자로 방송을 즐겨 듣다가 모집을 하는 걸 보고 꼭 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지요. 나이가 들어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 이예요.”라며 1기생들의 진행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복지관의 점심시간은 ‘라디오스타’의 뜨거운 열정 덕분에 활기가 넘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어르신, 흥에 겨운 몸의 움직임을 춤으로 표현하는 어르신 그리고 체력 단련실에서 방송을 들으며 열심히 운동하는 어르신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 등 ‘라디오스타’가 방송을 통해 들려주는 감동적인 사연들과 신청곡 그리고 옛 성현들의 이야기는 이들의 가슴속에 솜사탕이 되어 부드럽고 포근하게 녹아내린다.

방송팀담당 김씨(30세,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점심시간이 무료할 것 같아서 짧은 시간이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 시도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호응이 좋더라구요. 또 방송을 진행하는 어르신들께서도 열심히 참여하시고 나날이 향상하는 모습과 열정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함께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방송진행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방송을 청취하는 김 할머니(80세)는 “처음에는 이 방송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방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복지관 회원들이 하는 거라고 하잖아. 나도 깜짝 놀랐어. 정말 잘해. 노래도 듣고 좋은 얘기도 들려줘서 복지관에 고맙고 감사하지. 젊어지는 거 같다니까! 여기는 재주 많은 노인들이 많아. 근데 저 양반들 밥은 먹고 하는 겨?”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얼굴이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나나무스꾸리의 사랑의 기쁨’노래와 함께 목련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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