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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영어 봉사자 ‘사랑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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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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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쌤이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랑’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쌤 영어교실’의 ‘사랑쌤’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로부터 우수 사랑쌤 표창을 받은 오 씨(27·인하대)는 활짝 웃으며 지난 4개월간의 ‘사랑쌤’ 경험을 들려줬다.

‘사랑쌤 영어교실’이란 행정안전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의 하나로, 영어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영어 조기교육이나 초등학생 유학이 흔한 요즘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주관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는 오 씨와 같은 대학생 봉사활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인천, 경기 소재의 아동센터 한 곳씩을 맡아 센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사랑쌤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는 단지 ‘하고 싶어서’입니다. 평소에 제가 봉사활동에 관심이 정말 많고, 또 사촌들도 잘 놀아줄 만큼 아이들을 예뻐하지요.
양로원의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봉사활동을 했었지만,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살고 계신 그 분들을 지켜보는 게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계속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홈페이지에서 ‘사랑쌤 영어교실’ 모집 공고를 보게 됐는데,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이었어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지원했죠.

정확히 사랑쌤은 무슨 일을 하나요?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영어수업을 하는 겁니다. 오하나 교육재단에서 무료로 제공한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하지요.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과 고학년용으로 나눠져 있어 수업하기도 수월하고요.
제가 수업을 했던 지역아동센터에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 한부모 가정이나 새터민 가정, 특히 저소득층 가정으로 사교육을 받기 힘든 환경의 아동들도 많았죠.
사랑쌤은 바로 이들을 위해 있는 겁니다. 그냥 학교 수업만으로는 센터 아이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가 힙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영어 실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사랑쌤의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영어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랑쌤의 역할인 것 같아요.

행복하고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이건 힘들었던 순간보다 더 많았죠. 초등학교 2학년 친구였어요. 말을 정말 안 듣고 학습에 대한 열의가 전혀 없는 아이였습니다. “자기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둥 삶에 대한 의욕도 상실한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지요.
마음을 잘 안 열어 답답하더군요. 제가 그 친구에 말했습니다.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 수업 한 번만 들어달라고. 그리고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는 그 친구를 살펴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더라고요. 자신도 몰랐지만 그 친구가 그림에 상당히 소질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줬더니 다음부터는 수업 시간에도 잘 참여하려고 했고, 그림을 그려서 저에게 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수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배우는 사람이 정말 하고 싶어야 능률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영어 단어 몇 개 외우는 것보다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미있게 수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가끔 아이들 교재에 모르는 단어도 있었는데. 그때 얼마나 무안하던지. 아이들이 묻기 전에 얼른 찾아보고 설명해줬죠. 순발력이 필요한 일이더군요.
책만 가지고 수업하면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 하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 게임’을 준비해갔어요. 전날 밤 꼬박 새면서 게임 도구를 만들기도 했죠. 영어 스무고개나 단어 맞추기 게임 등을 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관계당국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아동센터 뿐 아니라 여러 소외 계층을 나라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돈보다 중요한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인 것 같습니다. 사랑쌤과 같은 교육 봉사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각 계층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 보여주고 싶어”
센터 안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는 오씨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영어 공부도 좋지만, 인생 공부는 더욱 필요한 것 같다"” 덧붙였다.

아이들의 마음까지 다독여주었던 ‘사랑쌤’. 머지않아 이어질 ‘사랑쌤’의 또 다른 감동 이야기들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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