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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이 아름답다 | 지하철 노인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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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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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역할상실에 대한 소외감 극복 및 가치 있는 삶 제시

일하는 노인이 아름답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가 간병인, 거리 질서 및 환경 도우미, 택배원 등 임시·일용직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일하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많이 변했다. 일하는 데 ‘연령 차별’은 이미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가 됐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신풍속도인 ‘일하는 노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유니콘 지하철 택배회사 사무실. 임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5∼6평 정도의 공간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 10여명이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느 택배회사와는 달랐다. 금방이라도 출발할 듯한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중무장한 모습으로 물건을 옮기는 젊은 택배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나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니콘 택배는 직원들이 모두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됐다. 2002년 노인 5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20여명이 거래처 2500여곳을 상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노인들이 직장을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요즘 무료 승차가 가능한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그들만의 직장 세계를 들여다봤다.


# 진지한 오전 회의

매일 오전 10시는 전략회의 시간이다. 회의에 임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심각하다. 사무실 청소, 거래처 이야기, 홍보 활동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이날 회의에는 거래처에서 요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교사 출신인 백씨(74세)의 표정이 심상찮다. 백씨는 “물건을 가지고 가서 요금표를 보여 주면 노인들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하면서 대금을 깎으려고 하는데 어쩔 수가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거래처에서 노인들이 물건을 가지고 왔다며 심부름꾼 정도로 비하하고 정해진 요금표대로 대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젊은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요금을 제대로 못 받고 오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일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사무실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사무실은 겨울인데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정화조 위에 만들어져 있다 보니 여름이면 냄새 때문에 앉아 있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공간도 문제다. 대학로 교회에서 마련해준 창고 5∼6평을 개조해서 사용하다 보니 20여명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좁다. 노인들은 지하철 택배회사인 점을 감안해 역세권 주변의 임시 건물이나 지하철 역 구내에 사무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68세가 막내

“내가 68세인데 여기에서는 막내입니다.” 공무원으로 38년간 근무하다 정년 퇴직한 정씨는 지난해부터 종로노인인력지원기관의 택배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평균나이가 70세고 80세가 넘는 노인도 있습니다. 나도 나이가 꽤 들었는데 여기에 오니 젊다는 얘기를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도 즐거운데 수입도 다른 노인 일자리에 비해서 적지 않다. 월평균 수입이 50만∼60만원 정도이고, 많을 때는 90만원이 넘기도 한다.

정씨는 “시간이 잘 활용되고 계획적인 생활도 할 수 있다”며 “능력껏 일하고 뛰는 만큼 보수를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일하는 노인들의 경력도 다채롭다.


# 치열한 경쟁, 홍보가 생존전략

“매일 홍보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길밖에는 없습니다.”

개인 사업을 하다 최근 택배 일을 하게 된 오(70)씨는 “오토바이 택배회사뿐 아니라 이제는 노년 택배도 많이 생겼다”며 “경쟁이 워낙 세기 때문에 매일 2명씩 교대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노인 택배회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2∼3년 전 만해도 10여곳에 불과하던 택배회사들이 지금은 서울에만 100여곳 가까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택배가 최대의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틈새시장이 노인들의 격전장으로 변했다는 것. 택배회사들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액 정부의 지원을 받는 회사에서부터 일반인들이 만든 택배회사, 지점을 가진 대형 노인 택배회사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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