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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찾아가는 내 생애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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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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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미술로 탄생한 할머니 예술가들

어려서부터 미술을 배우는 요즘 아이들. 할머니들은 어떨까.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에는 기억력조차 쇠퇴해가는 노인들. 그런 할머니들이 미술에 푹 빠졌다. 자신 모습을 그림을 통해 되살려내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래서 할머니 작품의 주인공들은 야릇하게도 그린 사람을 닮았다. 나를 생각해보고 기억력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그려보는 미술 ‘재미있다’
매주 금요일 점심 먹고 난 오후 2시 부평구 협성원. 밀려오는 노근함에 낮잠 한방이 간절한 시간인데도 할머니들이 모여 앉았다.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 주제는 ‘가면 속의 내 얼굴’. 하얀 종이위에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표현해 본다.
“할머니, 여기 콧물은 왜 그리셨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있어요? 다른 할머니들은 예쁜 꽃도 그리고 볼연지로 치장도 했잖아요.” 수업을 진행을 맡은 최기수 선생님이 이렇게 물어보자 책상테이블은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다.
“내가 어렸을 때 콧물을 달고 살았어.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 콧물을 늘 훌쩍대던 때가 생각이 나서 그린거야. 친구들이 얼마나 놀렸는지. 어른들에게도 코흘리개라고 야단을 맞으며 컸지... .”콧구멍을 강조해서 가면을 그린 올해 90세 할머니의 대답이다.
협성원의 미술수업은 늘 이렇다. 할머니들은 매주 다른 주제에 따라 지난 시절 자신의 모습을 도화지에 담는다. 먼저 간 신랑모습, 결혼식이야기. 가장 소중했던 나. 주제는 할머니 자신과 관련해서다. 지난 추억을 되살려 할머니 자신을 찾고 잃어가는 기억력을 추스르기 위한 미술이다.

미술을 더 많은 사람의 예술로 가져가기 3년
미술을 시설 노인에게 되돌려 준 사람들은 나눔 미술을 실천하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거리미술동아리를 운영하며 예술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도록 활동해오고 있다. 예술 본연의 목적 실천하기다.
최 선생은 “올해 비 피해가 컸던 것처럼 벽화봉사 차원에서 수해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당시 시설 어르신들의 단조로운 생활을 보았죠. 문화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 했어요”라며, “뭔가를 하고 싶어도 돈과 기회가 없는 어르신들이었죠. 노인문화예술의 사각지대에 갈증을 해소할 방법으로 시작한 것이 미술프로그램예요”라고 말한다.
노인 미술은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든다. 어제 일을 잊고 산다는 치매 노인 분들이 많았던 덕화요양원을 시작으로 좀처럼 말문을 트기 힘들었던 연수구 사할린동포들의 그림그리기, 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소망의 집 노인분 등 ... .
일부 노인들은 만들기 재료 하얀 찰흙을 백설기라고 드시려했다. 또 수업이 이어져도 진행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 시설 노인 분들 대부분은 이미 연로함은 물론 치매 등의 지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그림 그리기는 그 틈새로 자신의 모습을 솔솔 쏟아내도록 다가간다.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림들
“할머니, 검은색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여기 크레파스 보세요. 색이 이렇게 많아요. 저기 창밖을 봐도 여러 색이 있죠. 할머니는 그림 솜씨가 좋기 때문에 조금만 색을 더 쓰면 정말 멋있는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아요.”
최 선생은 할머니들의 색감과 그림을 통해 미술치료를 시도한다. 유난히 그림이 어둡고 웃음이 없는 표정들은 바로 그리는 사람의 심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늘 밝은 색을 사용하고 얼굴에 꽃 등을 표현하는 경우는 비록 과거가 우울했어도 현재의 편안한 모습을 대변한다.
특히, 시설의 노인들의 생활은 주변인과 사회와 고립된 생활이다. 따라서 늘 그리운 게 사람이다. 그래서 미술 시간은 이야기가 중심이다. 자신감과 보람을 위해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고 주인공 할머니들을 초빙하는 일도 그림 그리기의 연장이다.
협성원 김정화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 작품은 아동 그림 수준과 별 다를 바 없어요. 잘 그리지 못하죠. 다만 노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인간적인 소통 때문에 미술 시간을 기다리고 기대하죠. 저희가 미술시간을 따로 마련한 것도 이때문예요.”라고 말했다. <문의:032-503-3493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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