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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엄숙한 허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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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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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엄숙한 허들링>

 

그것은 엄숙함 이었습니다.

혹한과 폭설 속에, 여럿이 모여 한 덩어리로 웅크린 채 서로의 합친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것!

맨 바깥 줄이 추우면 안으로 들어오고, 안의 줄이 바깥으로 나가 교대하는, 허들링(huddling)!

 

동유럽, 이곳도 시베리아 바람이 불어와 갑자기 혹한이 닥쳤습니다.

헝가리에도 하루 밤 사이에 노숙자와 독거노인 스물 명이 죽자,

지난 주일 아침, 부다페스트 "거리의 교회" 예배를 드리는 남부역에서도 역사를 열어줬네요.

우리 성도들이 뒷편 계단에 또는 바닥에 담요를 깔고 누웠다가 일어나 앉습니다.

먼저 뜨거운 차를 돌리며, 그들의 소식과 고충을 듣습니다.

 

그리고 찬양 후, 주일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 일어나셔서, 사도신경으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겠습니다."

그러자 모두 일어섭니다. 그때 담요 위에 몸을 뻗고 있던 까만 개도 벌떡 일어납니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히섹 에지 이쉬텐벤 민덴허토 어짜번 멘녜넥 이쉬 푈드넥 떼렘퇴예벤...)"

뒤에 서서 바라보던 저는, 그 예배의 엄숙함에 전률했습니다.

 

먼 길 걸어오느라 좀 늦은 노숙자들도 조용히 역사 문을 열고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옷을 들쳐, 수술했다며 실로 꿰맨 배를 보여주며 아프다고 하소연하던 사람도 서 있습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해 술로 이겨보고자 했던 사람도 아슬아슬하게 비틀거리며 서 있구요,

예배를 인도하는 흥부 목사도 급성기관지염에 걸려 쿨룩, 저도 쿨룩!

거기엔 건강한 사람도 없고, 부자도 없고, 지위높은 사람도 없는데...

엄숙함이란..., 오히려 삶과 죽음의 갈림길 같은 데서 우러나오는 것같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수퍼마켓을 하는 중국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열쇠를 줄테니, 추운 너희 집에 있지 말고, 우리 집에 가서 기도하고 말씀준비해."

"고맙지만, 우린 괜찮아. 더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지?"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가 결단한 이 왕추위 삶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만듭니다.^^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네요. 우리 유리창에는 성에가 하얗게 서려있어 아름답구요.

난방이 잘 안 되는 집 안에서는 슬리퍼 대신 구두를 신고있어야 발이 덜 시립니다.

 

아! 우리 성도 두 명이 왔네요. 노숙자 시설에 사는 사람들 입니다.

"오늘은 급식 사역이 없는 날인데, 왜 왔어?"

"불 피울 나무 자르러 왔어요."

눈을 맞아가며 나무를 자르는 그들을 보며, 저는 그들에게 먹일 뻘러찐따(부침개)를 만듭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주의 종을 위해 나무를 자르고, 패고, 쪼개고...

또 지하에 내려가 재래식 보일러에 잔가지를 넣고 불을 피우는 그들...이, 엄숙해 보입니다.

 

잘 한다는 것과, 감동을 주는 것은 다른 것같습니다.

좀 못해 보여도, 엄숙한 감동을 주는 "거리의 교회" 선교사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묵묵히 그들 속에서 허들링을 하며...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선교사 김흥근&서명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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