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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시집보내기의 발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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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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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송구영신 자정예배를 드리고 맞이하는 첫 주일입니다. 주현절(主顯節)은 현현절(顯現節)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빛되신 주님께서 나타나나심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사순절이 시작되는 성회수요일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제 아내는 요즘 주님의 현현하시는 절기에 아는 사람들에게 청첩을 보내면서 이웃의 현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청첩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신중한 편입니다. 그래서 200명 정도에게 청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별로 친하지 않은 선배와 통화를 하면서 결혼청첩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혼주에게는 고지의무가 있습니다.

저도 그 목사님에게 청첩장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결혼식 때 아내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 권사님, 그 선배 목사님은 한국에 있는 감리교 목사님들에게 다 청첩장을 보낸 것으로 유명한 목사님입니다. 왜 그렇게 많은 청첩을 보냈냐고 물었습니다.
유 권사님, 그 선배 목사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결혼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에 오시고 안 오시는 것은 본인의 뜻이고 일단 알려야한다”는 것입니다. “축하해야할 정보를 드리는 것은 혼주의 의무”라는 겁니다. 그리고 “험한 세상을 함께 살면서 서로가 서로의 경조사에 동참하며 살 것인지”를 묻는 프러포즈라는 것입니다.

결벽증에 가까운 제 자신의 편협한 속 좁음을 질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 권사님, 그래서 청첩을 폭넓게 하는 것을 묵인했더니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답답한 꽁생원 같은 남편과 사는 폭폭함을 떨어내는 웃음입니다.
감리교목회자 주소록, 옛날에 근무하던 기독교방송 주소록, 농협에서 발간한 불은면 주소록, 동지방 장로주소록, 사모신학 동창회주소록, 철원과 춘천에서 목회하던 교회 교인 주소 등 제 아내는 기억력도 좋고, 알려야 할 사람들의 주소를 찾아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200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청첩장의 인쇄도 아내의 재량권으로 맡겨두고 뒤에서 응원이나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복잡한 절차가 많은 것은 한번만 하라는 조상들의 지혜

청첩장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결혼식장 정하기, 결혼식에 오신 손님 음식주문하기, 예물 준비하기, 양가 부모들의 선물준비하기, 신혼여행지 정하고 예약하기, 예복 및 드레스 맞추기, 폐백 음식 장만하기, 외국에서 오는 분들의 항공권과 호텔 예약하기, 수첩에 날짜별로 예상되는 일들을 정리하게 했는데도 새로운 일들이 자꾸 생기고 변동이 되어서 수첩이 낙서장처럼 되버렸습니다.
유 권사님, 이러고저러고 결혼식이 끝나야 시원하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벌써부터 알 것 같습니다.

결혼은 두 번 다시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니 본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결혼은 단 한번으로 족한 의식이란 생각이 뼈저리게 느껴질 것입니다. 두 번 할 엄두가 나지 않아야 좋다는 것을 조상들은 미리 아시고 복잡한 절차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보름정도 앞두고 보낸 청첩장이 도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있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이번 주일에는 교우들에게도 청첩장을 나눠드리려고 생각합니다.
80을 훨씬 넘기신 유권사님께서, 주현절기의 신부인 진실이와 미국 청년 나일즈의 결혼식이 있는 감리교신학대학 채플까지 오셔서 아이들의 앞날을 축하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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