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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아동들 밟지 말고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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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

올해 7월 경기도 여주에서 4세 여자아이가 이웃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단신 기사 정도로만 보도돼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지만 우연히 기사를 본 카페매니저가 4세 딸을 가진 엄마로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후 조두순 사건 등 계속해서 아동 성범죄가 일어났다.
잇따른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에 여론이 들끓고 법도 만들어졌지만 아동 성범죄는 끊이질 않았으며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아동 성범죄를 공론화하고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목소리를 내보고자 온라인 카페를 만든 것이 바로 ‘발자국’이다. 발자국은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이다. 현재 회원은 1만명 정도이며 온·오프라인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회원은 주로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지만 집회 현장에는 아빠도 나서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남성들, 곧 딸을 낳는데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르겠다며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나온 임산부, 학생, 미혼 여성들도 볼 수 있다. 사회 전반으로 아동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본지는 아동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발자국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끊이지 않는 아동 성폭력에 대해 발자국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2054건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하루 5~6명의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된 셈입니다. 2002년 600건과 비교해보면, 10년 동안 3배로 늘었지요. 한국 사회 전체가 아동 성폭력을 조장·방치한 결과입니다.
성범죄자가 집까지 들어와 아이를 이불 채로 들고 나가는 우리 사회는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고 잘 수 없고, 밤거리를 홀로 걸을 수도 없고, 누가 채어 갈까 봐 아이를 잠시도 품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정글이자 감옥입니다. 정부는 자꾸만 출산 장려를 하는데, 이런 사회에서 누가 애를 낳고 싶어 하겠습니까?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에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행태까지 겹치면서, 요즘 어린 아이를 둔 엄마 아빠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입니다. ‘발자국’의 온라인 카페에는 이를 엿볼 수 있는 사연들이 올라옵니다. 어떤 엄마는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려고 집 앞 산책을 나서면서, 치안을 만날까 봐 뾰족한 펜을 휴대하고 나갔다고 씁쓸해합니다. 오랜만에 딸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던 아빠는 동네사람들로부터 ‘혹시 성범죄자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심지어 한 엄마는 아무나 집에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슈퍼마켓을 다녀온 사이, 딸이 앞집 아이에게 문을 열어줘서 손바닥까지 때렸다며 자신도 미쳐가는 것 같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동성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분노가 이렇게 큽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가해자의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여성가족부의 2011년 아동성범죄 동향분석 통계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자의 평균 50%만이 징역형을 살고 형량 또한 평균 2년 6개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의 경우는 61%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고요. 아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아동 성범죄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생활권 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와의 격리가 꼭 필요합니다. 발자국에서 생각하는 합리적인 처벌 수위는 감형이 없는 징역 20년이에요. 아이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가해자와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같은 생활권 내에서 생활하며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와 아이의 정서적, 사회적 문제 발생을 막고 아이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아동성범죄가 왜 심각한 건가요? 피해사례가 있다면요.
저희 모임이 탄생한 계기가 된 여주 4세 여아의 경우를 보면, 아동성범죄는 아이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끔찍한 범죄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여주 여아가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아빠는 뇌출혈로 쓰러져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반신마비가 되었습니다. 아이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엄마는 작은 가게도 닫았고, 가족은 생계마저 막막해졌습니다. 아빠를 간호하느라 아이를 시댁 가족에게 맡긴 동안 40개월 여아의 정신연령은 29개월로 퇴행했고, 엄마는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피해 아동은 정부 지원으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아빠의 병원비는 온전히 가족의 몫입니다. 그간 모아둔 돈으로 첫 수술비는 냈지만 나머지 병원비를 내지 못해 퇴원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이후 아이는 심한 남성기피 증상을 보였고, 엄마나 외할머니와 잘 놀다가도 갑자기 폭력적인 돌발행동을 하는 이상 증세를 보였습니다. 치료도 받고 엄마가 잘 돌보면서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 상처가 언제 완전히 치유될 수 있을지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아동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동성범죄의 형량이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법에 규정된 형량 자체가 낮기도 하고, 재판부에서는 초범이라서 혹은 술 먹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핑계로 감량을 해줍니다. 그 형량이 판례가 되어 다른 재판의 기준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범죄자를 정신차리게 할 수도 없고, 사회적 경종을 울릴 수도 없고, 피해자는 물론 국민적 정서를 달랠 수도 없습니다.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되, 재발 위험이 있다면 복역 중에 치료와 재활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안전망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아동성범죄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 같은 것을 특수한 정신이상자가 벌인 예외적 사건처럼 바라보기가 쉬운데요. 사실은 경제 양극화와 소외현상 때문에 사회에서 낙오됐다고 느끼거나, 제대로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생업 때문에 돌보지 못하는 방임 아동들이 대부분 이런 사건에 피해가자 됩니다. 사회안전망 확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합니다. 성담론을 터부시하면서도 성범죄에는 관대한 이중적 태도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발달된 IT기술 덕분에 음란물 천국에 노출됩니다. 왜곡된 성의식을 가질 위험이 큽니다. 성교육도 일찍부터 해야 하고, 아동포르노도 단속해야 합니다. 한편, 국회의원, 목사, 의사 할 것 없이 성범죄 이슈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작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범죄 중에서도 가장 저질 범죄라고 지탄하기는커녕 ‘그냥 덮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일’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니, 누구라도 성범죄를 우습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발자국’의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아동성범죄자 최소 20년 이상 징역 ▲아동문제 총괄하는 아동인권보호국 설립 두 가지 방안을 가지고, 이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아동성폭력은 결국 아동학대의 일종인데요. 방임과 학대를 당했던 아이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보다 큰 그림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인데요. 그래서,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강력한 권한을 가진 아동인권보호국(가칭) 같은 정부기관의 설립이 필요합니다.
더불어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자비 없는 엄벌도 이뤄져야 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강간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유사강간의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는 아동 강간을 최대 15년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있구요. 이 기준 또한 상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1년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동향분석을 보면, 강간 범죄자의 71.3%, 강제추행 범죄자의 45.7%만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평균 징역형량은 강간 64개월, 강제추행은 32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2심에 가면 감형이 되는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피의자의 출소 이후입니다. 아동성범죄는 동네 아저씨, 친인척 등 가까운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피해자가 다시 피의자와 마주칠 밖에 없는 환경이기 쉽습니다. 최소한 피해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피의자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소형량을 20년으로 높여야합니다.
이후에도 ‘발자국’은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정책 감시자 역할과 사회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려고 합니다. ‘발자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발자국 같은 시민모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아이들 키우고 맞벌이 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힘겨운 엄마 아빠들이 더 이상 길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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