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인물

종합.해설 분류

아들이 준비한 졸업연주의 눈물 이벤트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유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아들 용기가 졸업연주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전공하는 악기를 교수님과 초청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졸업연주회입니다.
우리 용기는 11월 16일 수요일 오후 7시입니다. 공교롭게도 수요일입니다. 수요일이라는 데서 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연주회 참석차 400킬로 대장정

엄마가 있었으면 엄마만 다녀오라고 하고 난 예배인도를 하면 될 것인데 엄마 없는 홀아비 자식으로 아버지가 강단에 서는 날이니 누가 가서 격려하고 사년간의 평가에 힘을 보탤 것인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자그만치 4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부산이니 어쩌나 하는 생각을 며칠간 했습니다.
유권사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신 원로목사님들과 상의했습니다. 정목사가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수요일 강단은 내가 교우들과 함께 지킬 터이니 염려 말고 다녀오라는 부추김까지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년동안 두 번째 연주회 참석이라는 낙제 부모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입니다.
몇 달 후 졸업식이 있을 것이니 그때도 내려갈 것을 생각하고 이번 졸업연주회는 외가쪽을 중심으로 내려가도록 하고 졸업식 때는 친가 쪽에서 참석하자는데 대체로 합의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장로님들과 함께 일본 관광을 다녀오는 일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의견이 모아진 것입니다.

눈물의 연주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아들의 존재
아들 차례가 되었습니다. 마린바(Marimba)와 팀파니(Timpani)그리고 드럼으로 하는 세곡을 준비해서 발표를 합니다.
타악기 혼자만을 위한 곡들이 연주되고 마지막은 아마 나를 위한 것으로 준비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졸업연주회에 오면 그동안 뒷바라지를 한 것에 감사해서 “나같은 죄인 살리신” 이 찬송을 피아노 드럼 트럼펫 바이올린 기타 등 각 악기의 특성을 살려서 연주하도록 편곡을 한 곡입니다.
제 옆에 트럼펫을 든 용기 친구가 앉아 있다가 무대의 싸인이 오자 일어서서 정중하게 저에게 인사를 하고 모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가운데 “나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와...” 온 강당이 떠나갈 것같이 연주를 합니다. 저를 향해 인사하고 연주하는 것은 저를 위한 곡이라는 뜻이아닙니까? 얼떨결에 일어섰습니다. 온 청중이 저와 트럼펫 연주자에게만 고정된 것입니다.
한절이 끝나면서 조명은 무대로 옮겨졌고 드럼을 위한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나팔을 불었던 용기 친구도 무대에 합류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들이 울면서 드럼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들도 울고 앞에 있는 관객들도 숙연해지더니 울음바이러스가 온 무대로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함께 참석했던 이모들도 조용한 흐느낌 소리가 들여옵니다.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부모님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을 터인데 그래서 마지막 곡을 찬송가 중에서 찾아서 친구들과 편곡을 하고 연습을 했는데 정작 한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 그 무대에 없습니다. 모친부재(母親不在)를 실감하는 자리였을 것입니다.
나마저 안 갔으면 졸업연주회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원로목사님들 말씀 듣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