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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중요해? 개인사정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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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천석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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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중요해? 개인사정이 중요해?’

 

지난 월요일 이상하게 두통이 찾아왔다. 일기예보를 보고 그렇게 춥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입고 나와서 찾아온 두통일 수도 있다. 두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오늘 저녁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을 깰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할 당시 자발적으로 와서 전기 배선을 도왔고, 전기가 터져서 막막할 때 그 사태를 수습해주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던 가운데 약속을 잡은 것이라 약속을 미루기가 미안했다.

 

필자는 그를 대접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기에 그가 먹고 싶다는 음식인 짬뽕을 먹게 됐고, 덤으로 탕수육까지 거하게 대접했다. 문제는 필자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음식을 먹고 채해 버렸다는 것이다. 아픈 척을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그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실 때 까지 필자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머리가 아플 땐 상대방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제대로 듣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 자리가 그랬던 것 같다. 대화는 재미있게 나누었지만, 사실 필자는 ‘재미’보단 ‘예의’ 때문에 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의 컨디션이었다면 충분히 재미를 다 누리겠지만, 두통으로 인해 ‘재미’를 느끼기 보단 아픔을 ‘인내’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는 ‘차라리 미안해도 약속을 미루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에게 약속은 ‘계약’만큼 중요하다. 필자는 빈말을 던지거나, 이행할 일이 아닌 것을 이행하겠다고 거짓 선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의 요구와 부탁에 굉장히 신중하고, 진지해 진다.

 

오늘의 약속 이행도 ‘내가 던진 약속’을 지키는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지 않았을까? 내가 세운 원칙으로 인해 몸이 고생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인사치레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밥한번 먹자’, ‘한번 만나자’, ‘나중에 차 한잔 하자’ 등 무수히 많은 불이행 인사말들이 오고간다. 전에 교계행사를 다니다가 강사가 이야기 해주던 아래의 말이 불연 듯 생각난다.

 

<“‘누가 제게 밥한 번 먹자’나 ‘나중에 차한잔 하자’고 이야기하면, 저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한마디를 더 붙입니다. ‘지금 마실까요?’ 언제가 괜찮습니까?‘라고 말입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만나고 싶고 밥 먹고 싶은 사람은 지금 바로 약속을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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