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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이사칼럼|면목(面目)과 염치(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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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명구 감독(인천대은교회 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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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명구 감독(대은교회 담임) 부끄러운 일로 남을 대할 낯이 없을 때나 구길 때, 우리는 흔히 ‘면목 없다’, 혹은 ‘면목이 서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면목(面目)은 문자 그대로 ‘얼굴과 눈’을 일컫는데, ‘남에게 드러낼 얼굴’, ‘체면’ 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후보매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월 19일 1심 재판에서 벌금 3,00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구치소에서 나오던 순간 보도진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 당당했다. 그는 오히려 “전인격적 선택이자 최상의 조치였다. 구치소에서도 자기연민이나 비탄에 빠져 지낸 적은 단 1초도 없었다.”고 교육청 간부들 앞에서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가 ‘후보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곽 교육감에게는 업무복귀가 가능한 벌금형을 매긴 이상, 곽 교육감의 복귀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양심의 가책을 털끝만큼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현재 선거법에 의하면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식사 한 끼 사줘도 안 된다. 하물며 이른바 좌파의 단일화를 위해 다른 후보에게 ‘대가’를 전제로 사퇴시킨 것은 명백한 범법행위이다. 이런 부정(不正)을 부패로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 서울시 교육감으로 복귀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할하의 초중고학교에서는 현재 130만 명의 학생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교육기관의 최고 수장인 교육감으로부터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곽 교육감이 교육 일선에 복귀한 뒤 첫 과제로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하자 보수 진영은 물론 젊은 세대 네티즌까지도 곽 교육감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 직무 정지 청원’이라는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학생들의 롤 모델이 돼야 할 교육감이 부정 선거로 당선돼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곽 교육감의 직무 수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업무에 복귀한 것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하여 그의 모든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는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130만 명의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면목과 염치를 가르치는 것이리라. 잘못을 했다면 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고, 용서를 빌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면목과 염치가 사라지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고, 학부모가 교사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교사가 제자를 성노리개로 삼는 인면수심의 이야기가 주위에서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교육이 죽으면 이 시대의 미래는 없다. 그러기에 더욱 면목과 염치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체면과 염치, 모두가 필요하다. 체면이 사라지면 그 사회는 무질서가 된다. 체면이 있기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하며 나쁜 짓을 안 하고 가능한 한 선하게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체면만이 존재할 때는 형식적이고 정(情)이 사라지는 이기주의적인 사회가 되기 쉽지만, 여기에 염치가 가미되면 예의도 지키며 정도 있는 공동체가 된다. 우리는 체면도 있어야 하고 염치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을 향해 체면과 염치를 다 갖추어야 한다. 체면만 있으면 개인적이고 형식적인 사람이 되어 감투를 쫓아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염치가 가미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체면과 염치가 형식과 내용으로 포장되어 아름답게 승화될 때 부정적인 단어와 함께 사용하는 이 말들이 주위에 은은한 향기를 뿜을 수 있다. 우리 사회와 교회에 체면과 염치가 조화를 이루어 주위를 환하게 밝혀 줄 양식 있고 행동 있는 신앙인이 아쉽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체면을 차려야 하고 염치가 있어야 한다.
겉만 좋게 꾸미는 치레, 즉 겉치레를 차리자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속에서 최소한의 질서만이라도 지킨다면 그것이 곧 면목과 염치를 알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올바른 길일 것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단도 교단장 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법원의 판결에 이리저리 휘청거린 지도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면목과 염치를 모르는 이들 때문에 150만 성도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과 반성이 절실하다. 다시 말해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죄 때문임을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체면도 염치도 필요 없다. 마땅히 죽은 죄인인 우리 인간이 하나님 앞에 어느 누가 염치가 있겠는가? 온통 죄악 덩어리 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 염치없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면목 없음과 몰염치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그때 한 없이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고 우리 한국교회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워 주실 것이다. 올해 서로 간에 면목을 세우고, 염치를 차려서 아름다운 가족, 교회,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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