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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돌아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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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가람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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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골다공증에 따른 대퇴부 골절, 간질과 허리디스크, 발작.
지난달 21일 일산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발견된 세자매가 가진 병은 심각한 영양실조만이 아니었다. 15살인 막내는 영양실조에 따른 골다공증에 의한 대퇴부 골절로 8시간에 걸친 긴급수술을 했고 지난달 31일 두 번째 수술을 받았으며 18살 둘째는 뼈의 염증과 간질, 허리디스크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신적인 충격과 피해도 커 앞으로 최소한 3주는 재활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첫째가 공장에 취업하려는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졌다. 일자리를 구하러 온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자 공장주의 남편인 목사가 집까지 따라왔고 그렇게 세자매가 방치된 것을 목격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아이의 아버지와 계모는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경찰은 집주인과 의사 등 참고인을 불러 보강수사를 벌인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아이들 부모의 책임도 크지만 자매가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던 이웃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이들이 사는 다세대 주택은 모두 18가구가 생활하고 있었지만 지난 2년간 이들의 참담한 생활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첫째가 일자리를 찾으러 나서지 않았다면, 공장주가 첫째의 이상한 점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면 여전히 이들은 굶주리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세 자매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이 많다. 세 자매와 비슷한 처지임에도 알려지지 않고 여전히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웃들도 있을 것이다. 자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봐줄 이웃을 이제라도 만난 것이 다행이지만 제2의 세 자매, 제3의 세 자매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자매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 친구, 친척 등 자매와 관계된 그 누구라도 미리 알았더라면 자매가 이렇게까지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소외된 이웃의 문제는 비단 세 자매만이 아니다. 미처 복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독거노인, 차상위 계층,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장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겪을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나와 상관이 없다고 지나치지 말고 작은 관심으로 이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이들을 도우려는 도움의 손길도 줄 잇고 있어 다행이다. 우선 고양시청과 복지단체에서는 별도의 후원 계좌를 개설, 돕기로 한 것을 비롯해 고양시에서는 복지 예산으로 세 자매의 병원비와 전셋집을 제공하고 기초수급비 103만원도 매달 지급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인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직 학생인 자매에게는 갈 길이 멀다. 당장 학교 진학 문제부터 마음의 상처 치유까지 보듬어줘야 하는데 사회가 그 역할을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의 치유와 떨어진 자존감 회복을 위해 교회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이런 피해자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주변의 이웃을 둘러보는 관심이 절실하다.


경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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