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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기를 시작하다
2015년 03월 04일 (수) 15:15:40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꿈꾸기를 시작하다

- 손호익

 

꿈을 가질 때 얻는 행복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꿈을 품는 일에는 주저하게 됩니다. 꿈의 실현이 마음처럼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꿈이 현실의 벽에 막히면 꿈을 슬그머니 감추어 버립니다.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하는 삶을 어떻게든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꿈이 사라진 생의 자리에는 아련한 아픔이 흔적을 남깁니다.

세속의 꿈에 욕심을 가지는 일은 목회자에겐 부끄러운 일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이런 말로 꿈을 묻어버리는 체념이 연륜의 특성인양 미화됩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현실과 갈등을 빚지 않는 꿈들만 간직한 왜소해진 인생이 됩니다. 우리가 시작한 유럽 여행의 꿈은 거대한 성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왜소한 손으로 두드리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보란 듯이 내어놓은 유럽 여행의 꿈도 여비의 마련이라는 현실의 벽에 여지없이 부닥칩니다. 대충의 짐작만으로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비용으로는 턱 없이 모자랄 것이 예견됩니다. 막연한 불안들이 고개를 쳐듭니다. 해외여행의 경험도 없는 이들이 가이드 없이 유럽을 자동차로 찾아다닐 수 있을까? 아내의 건강이 여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언어의 장벽으로 큰 낭패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가장 큰 고민은 비용의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비용으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실증들을 찾아내어야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여행기를 살피던 중에 하루 십 만원씩 쓰면서 여행을 다녔다는 경험을 소개한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직접 취사를 하고 텐트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40 여 일 동안 환갑 기념 자동차 여행을 했답니다.(사진) 이들처럼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꿈의 화석으로 남겨질 뻔했던 것이 가슴 벅찬 행복한 꿈으로 되살아납니다. 이번에는 꿈을 접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의 기간은 비용과 건강 그리고 쓸 수 있는 시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텐데, 꿈에 부푼 우리는 자동차를 빌리는 과정에서 여행 기간을 덜컥 정하고 말았습니다.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프랑스 자동차 회사는 17일을 빌리면 7일을 무료로 더 쓸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이 달콤한 제의에다가 일주일을 더하고 오고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2일을 더해서 여행 기간을 모두 33일간으로 결정한 후에 철없는 아이들처럼 행복해 했습니다.

월요일에 떠나 4번의 주일을 지내고 금요일에 귀국하는 33일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꿈에 빠져 저지른 철없는 처사였으면서도 지금도 이를 무척 잘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로 이어지는 여행의 꿈속에서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회의 형편으로는 길게 여겨질 일정이었으나 욕심을 내어 허락을 구했습니다. 부임한지 14년 만에 갖는 안식년 휴가라는 명분도 강조 했습니다. 섬기는 교회에서는 우리의 여행이 갖는 의미를 짐작하고 별 다른 반대 없이 허락해 주었습니다.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행복한 여행하시라고 격려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미뤄지거나 포기해야하는 꿈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시작했지만 이 일이 오히려 꿈처럼 여겨졌습니다. 가용 가능한 비용으로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가는 일에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리를 맞댑니다. 먼저 경험한 이들의 정보를 찾고 모읍니다. 새로운 세상을 주인공으로 누비고 다니는, 꿈같이 여겨지고 흥분하게 하는 시간들이 다가와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쓴 여행기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행기의 저자와 함께 걱정에도 빠지고 해결하는 기쁨도 함께 맛봅니다. 이제 여행 코스와 일정 그리고 더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꿈의 영역에 남겨 두었던 꿈이 현실 속에 자신을 내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꿈같은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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