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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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의 침묵
2012년 06월 21일 (목) 16:59:24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흑산(黑山)은 단어의 뜻으로 하자면 어둠의 산이다. 산은 산이로되 어둠이 깊은 산이다. 정역전(실학자 정약용의 형)은 이 단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천주학을 사학(邪學)으로 규정한 조선 왕조의 실권자들에 의해 귀양을 가게 된 곳이 흑산도였다. 정약전은 섬에 갇힌 몸으로 자연관찰에 몰입하였다. 온갖 물고기에 대한 연구가 집약된 그의 책이 <자산(玆山)어보>다. 그는 흑산보다 자산을 갖다 썼다.
<흑산>은 충무공에 관한 소설 <칼의 노래>를 지은 김훈 선생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소설가는 왜 자산을 사용하지 않고 흑산을 선택한 것일까. 작품은 실학에 의해 천주교가 조선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혹독한 탄압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느님에 대한 순진한 믿음 때문에 밀고당하고 쫓기고 결국 목숨을 내놓아야했던 치열한 생존이 그대로 드러난다. 토굴 속에 숨어 관군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민초들은 이렇게 기도했다. “...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을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침묵>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17세기 일본 막부시대에 탄압 당했던 천주교인들의 배교와 순교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예수의 초상화를 바닥에 던지고 믿음을 시험하던 일을 사무라이들은 자행했다. 더러는 밟지 못한 채 목숨을 바쳤고, 더러는 밟고 살아났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했다. 스페인 신부는 울부짖는다. ‘주님, 우리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그런데 주님은 침묵하신다. 신앙인들이 믿음을 지키다가 죽어 가는데 주님은 침묵하신다. 신부의 절규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밟아라, 나를 밟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서 오지 않았느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민족의 조상과 선배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유훈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믿음의 역사에도 피와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이 계시다. “교회는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다.”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히 12:1)이 걸어간 길을 오늘의 우리도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흑산 같은 오늘, 주님은 결코 침묵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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