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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이야기|어려움 속에서도 직업인의 본분을 찾으면…
<간장선생>
2010년 10월 13일 (수) 17:12:54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일본영화 <간장선생>은 직업인인 ‘의사’의 입장으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직업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6월, 일본의 한 섬 마을에 미국 비행기들이 공습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폭격을 피하느라고 여념이 없지만 의사 아카기는 왕진가방을 들고 어디로 뛰어가느라 여념이 없다. 그의 신조는 “개업한 의사는 발이 생명이고 발로 가지 못하면 손으로 기어서라도 환자에게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진단하는 환자들마다 간염(肝炎)이라고 진단해 '간장(肝臟)선생'이란 별명을 얻고 있는데도 그의 신념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창녀였던 소노코가 병원의 조수로 들어오면서 병원은 활기를 띠고 아카기는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 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 와중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전사 통지서를 받고 좌절하지만 간염 박멸에 대한 그의 의지는 더욱 굳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에 있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네덜란드인 포로 피터가 부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숨어 들어오자 아카기는 그를 치료해준다. 피터도 보답하여 현미경 사용법을 가르쳐주면서 아카기의 연구를 돕는다.
이제 죽어가는 노인에게 부탁해 간염 샘플도 구했고 현미경으로 보고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순간,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간염 연구는 중단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아카기는 새 현미경을 사는데 그 날 동네의 한 할머니 치료하는 것을 미뤘다가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그러자 아카기는 의사의 직분이 무엇인가 새삼 깨닫는다. 그날 밤, 섬에서 한 소녀가 와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자 아카기와 소노코는 섬으로 진료를 간다. 돌아오는 길에 고래를 발견한 소노코는 아카기에게 고래를 잡아준다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배로 돌아왔는데 그 때 마침 터진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 하늘에 퍼진다. 그것을 가리켜 아카기는 ‘부은 간’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아카기는 작은 마을에서 일하는 유일한 의사로서 훌륭하고도 분명한 직업관을 가지고 있다. 아카기는 늘 뛰어다니면서 의사의 본분을 다한다. 그런 신념은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네덜란드인 피터를 치료하되 그 일에 목숨을 거는 것, 즉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철저히 지키려는 노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영화 속에는 본분을 잃고 있는 직업인들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아카기의 건전한 직업관과 비교되는 사람들이다. 천재적 외과의사지만 몰핀에 중독된 동료 토미우리, 승려이지만 술주정뱅이에 창녀를 네 번째 아내로 얻어 사는 우에모토, 장교 클럽 주인에게 흑심을 품고 있으며 매우 관료적인 군의관장 등이다.

결국 이들 모두는 중독증에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토미우리는 마약에, 우에모토는 섹스에, 군의관장은 권위주의와 역시 섹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인데 아카기 조차 사실은 일 중독자라는 점이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이렇게 사람들은 무언가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인가보다. 바울의 빌립보 전도를 다룬 사도행전 16장의 내용과 같이 귀신에 사로잡힌 여종, 돈의 노예가 된 그 종의 주인들, 관료주의에 사로잡힌 로마 관원들, 그리고 성령에 사로잡힌 사도 바울과 같이 사람들은 무언가에 사로잡혀 세상을 살아간다. 무엇에 미쳐 사는가, 과연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아카기가 모든 질병은 간의 해독 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하는 배후에는 당시 일본이 시작한 2차 세계 대전을 바라보는 감독의 안목이 담겨있다. 인류의 질병은 결국 탐욕이라는 광기에 빠져 평정심을 잃은 것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감독은 일본군이 포로들을 상대로 생체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그런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또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대한 코믹한 묘사 등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뼈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왕진을 갔다 오다가 소노코가 고래를 잡겠다면서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나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을 보고 부은 간이라고 말하는 아카기의 모습은 직업인의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를 지적해준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 직업인들의 이상과 현실은 특히 괴리감이 현저하다. 오늘도 어떻게 하루를 직장에서 보낼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인생의 비전이 바로 나의 평생 직업 혹은 평생 소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전쟁이라는 광기, 도저히 직업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제대로 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 단서를 보여준다는 관점으로 이 영화를 보면 다소 까다로운 상징들과 영화적 은유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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