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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이야기|<가을로>
아픔을 이겨내고 복된 인생을 누리기 위하여!
2010년 09월 30일 (목) 13:20:15 원용일목사 webmaster@ycnnews.co.kr
참 덥고 힘들어서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왔다. 밤 기운이 제법 선선하고 새벽 바람은 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을의 느낌이 나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인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라는 영화는 지난 2007년, 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남성적인 작품들뿐만 아니라 <봄날은 간다>와 같은 멜로영화에서도 어울리는 유지태와 <여자 정혜>의 김지수, 그리고 엄지원의 연기가 돋보인 아름다운 영화이다. 어려움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아픔과 충격이 어떻게 승화되고 치유되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초보 검사로 바쁜 생활을 하는 현우는 여행전문 PD로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연인 민주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함께 쇼핑 가려고 했으나 일이 많아 먼저 민주를 보낸 현우의 눈앞에서 횡단보도 건너에 있던 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민주에게 지하 커피숍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말이다. 결혼할 여인을 잃은 상실감에, 연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이 겹쳐 현우의 아픔은 영 아물지 않는다. 해맑은 웃음이 민주를 사로잡았던 청년 현우의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렇게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삶이 별로 보람될 것 없는 남자가 일에 빠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냉정한 검사 현우는 정계와 재계가 연루된 불법분양사건의 배후를 파헤치지만 외압을 이기지 못한다. 사건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관계된 사람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는 현우를 보고 검찰청에서는 휴직을 명령한다.

더욱 인생이 괴로워져가는 현우에게 민주의 아버지가 찾아와 민주의 유품인 다이어리를 건넨다. 노트 속에는 민주가 수많은 곳을 다니면서 좋았던 장소를 적어 현우와 신혼여행을 함께 가려고 했던 메모가 자세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현우는 10년 전 죽은 연인의 가슴과 머리가 담겨 있는 자취를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그 여행지에서 현우가 하는 그 여행코스를 여러 차례 거친 한 젊은 여인을 만난다. 알고 보니 세진은 삼품백화점 붕괴 사고 때 민주에게 커피를 건네려던 커피숍의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 민주와 대화했고 민주의 최후를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가 사고 때의 충격으로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상처 입은 영혼들끼리는 그렇게 통하는 것인가. 그들은 결국 민주가 생전에 일하면서 꼽아놓은 길 자취 위에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면서 아픔을 공유한다. 연못에 잠긴 깊은 가을 하늘과 지는 단풍이 깃든 산, 아름다운 가을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며 부대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영혼은 맑아진다. 치유된다. 아픈 기억이지만 그 기억을 더듬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향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이 영화의 설정을 보면 사회악을 척결하는 의지를 가진 젊은 검사 현우는 구조적인 모순 덩어리인 사회 속에서 고민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모순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인해 인생의 큰 좌절을 겪었다. 뭔가 상징하는 바가 꽤 많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사회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것을 풀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긍정적 원동력에 대해서 더 중요하게 말하고 싶어 한다.

연인이 걸었던 길, 그녀가 남겨놓은 인생의 자취, 함께 하기를 바랐던 그 길과 우리 산하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슴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들 속에 해답이 있다. 일하다가 겪은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죽은 자가 일하다가 남겨놓은 여운을 느끼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일할 힘, 살아나갈 힘, 사랑할 힘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과거 유지태가 멋지게 연기한 <봄날은 간다>와 비슷한 내용 구조와 결말을 보여준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난 후, 다 털어낸 후,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소리를 잡는 기쁨을 느꼈듯이 검사 현우는 아픈 사랑을 치유 받고 난 후 일을 다시 시작할 용기와 힘을 얻었다. 미제로 남겨질 것 같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새로운 수사팀에 들어가기로 자원한다. 다시 그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그 미소는 바로 <봄날은 간다>에서 보리밭 사이에서 소리를 잡아내며 보여준 유지태의 바로 그 미소이다. 일하는 자가 보여주는 미소, 인생의 기쁨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일하다가 상처입고 좌절한 영혼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치료해야 한다. 그들을 세워줄 수 있어야 한다.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혼자서는 지탱하지 못할 사람들, 그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생을 돌아보게 할 수 있는 추억어린 자연과 동반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가 제시하는 해답이다. 자연과 사람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결국 이런 아름다운 공동체를 통해 우리는 일의 기쁨, 사람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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