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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n 호수와 Fergus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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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n 호수와 Fergus 호수

세계의 유명한 지명은 다양한 사연과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해당 지역에 살거나 살았던 민족이나 부족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이나 남미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들의 삶과 연결되어 지명이 정해진 경우가 많다. 물론 유라시아나 아프리카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사에서 지명이 바뀐 도시로 우리는 한 때 레닌그라드(Leningrad)였던 생페테스부르크(St Petersburg)와 사이공(Saigon)이었던 호치민(HoChiMinh)시 등을 기억한다. 이들 도시는 대개 정치적 이유로 이름이 정해진 경우다.

 

Gunn 호수는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호수다. 다른 나라에도 동명의 호수가 있기도 하지만 이 호수는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마오리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본래 하와이 등 폴리네시아에 살고 있었는데 해류를 따라 새로운 삶의 근거지로 이동, 표류하여 뉴질랜드에 정착해 땅의 주인으로 살아왔다. 폴리네시아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늦어도 1000년경이었으며, 그보다 2~3세기 전일 가능성이 크다. 폴리네시아 시대 말기인 18세기에는 뉴질랜드에는 약 10~20만 명의 마오리족들이 사우스 섬과 노스 섬에서 살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항해가 아벨 타스만이 이끄는 탐험대가 1642년 12월 웨스틀랜드 해안을 발견하고 사우스 섬에 상륙하려고 했지만 마오리족과 충돌이 일어났다. 1769~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남섬과 북섬 주위를 항해한 후 지도를 만들었다. 1840년 마오리족은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뉴질랜드의 통치권을 영국에 양도했으며 그들의 토지소유권을 보장했다. 마오리족과의 간헐적인 전투는 1847년 식민주의자들이 마오리족을 완전히 굴복시킬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시대에 남섬의 서남쪽 산악지대를 탐험하던 일단의 탐험대가 지리를 잘못 알고 헤매다 조난을 당해 추위와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을 접한 비교적 가까운 지역의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은 모여 누구를 보내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조할까 논의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 때 비교적 젊은 사람이 나와 ‘나는 젊고 튼튼하며 더욱이 의사이니 빨리 가서 그들을 치료하고 구조하는데 적임자이니 나를 보내달라’고 자원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말을 타고 해당 지역으로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찾아 그들을 발견했을 때는 그들은 눈 속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다만 먼저 조난을 당했던 사람들에게 의료적 치료와 처치가 이루어졌던 것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즉 그 젊은이는 조난 당한 사람들을 찾아 산을 헤매다 생명이 위독한 그들을 발견해 치료했으나 그들의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으나 최선을 다했고, 그들을 구해내는데 온 힘을 쓴 젊은이도 힘이 다하여 곁에 함께 죽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후세에 사람들은 당시의 그 젊은이의 용기와 남을 구하려는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높이 기념해 그 청년의 이름을 따 그 지역 호수 이름을 건호(Lake Gunn)라 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 청년의 아내 (Fergus)도 남편의 희생과 구제의 정신을 이어 이웃에 많은 구제와 이웃 사랑의 삶을 오래동안 살다 갔으며 그녀의 이름을 따 옆의 호수를 퍼거스호(Lake Fergus)라 한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잠시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들려오는 이런 잔잔하고 남과 이웃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은 그 빛을 오래 비추는 것이며, 이름 없이 베풀어 준 구제와 희생이 그냥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깨닫게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도 이런 선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다만 그것을 기리고 높게 평가하는 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 미담을 전하고 역사에 남기고 후대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연구자, 역사가, 정책 입안가, 언론과 교육이 그리고 종교와 사회 전 시스템이 담론화 하고 여론과 정책으로 새우고 기념하여 권장하는 일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사람들의 희생과 작은 영웅들의 행동을 정리하고 전하고 예술로 승화하고 체계화하여 역사의 한 편으로 축적하는 것이 후대와 동시대 지식인들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하여 우리 주변에 의인과 선한 행동을 한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와 그 이름을 딴 도시와 산과 호수와 기차역명이 생기고 그것을 기릴 때 우리 사회와 역사는 더 풍성하고 아름다워 질 것이라 생각된다.

 

김홍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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