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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을 보내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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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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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을 보내는 나무들

우리는 드물게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국토의 70%가 산이어서 인지 매주 산을 다니며, 둘레길을 다닌다. 각 지방은 특색과 풍광을 살려 다양한 이름으로 산책과 등산의 길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인천 해안길, 북한산 둘레길, 안산 자락길 등 다양한 명칭으로 제 색깔과 특색을 자랑하고 있다. 가깝고 먼 산들은 철따라 옷을 갈아입고, 꽃을 피우고, 잎새의 빛깔을 바꾸어 가며 사람들은 부른다.

겨울에는 상록수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낙엽을 떨구고 나무들이 산등성이에 서 있다. 열병하듯이 건장한 체구로 팔과 다리를 드러내며 나무들은 겨울의 연병장에 줄지어 서 있다. 찬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씩씩하게 때로는 외롭게...

그러나 나무들은 조금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함께한 동료와 친한 벗들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자기가 선 자리가 넓든지 좁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우뚝하게 거기 서 있다. 밤에 달이 떠도 낮에 해가 비춰도 나무는 늘 행복하다. 새가 깃들어 노래하면 더 즐겁고, 철따라 꽃피워 아름다운 자태로 감싸이게 되면 더 행복할 것이다. 열매 맺어 이웃과 나누면 더 보람차고 낙엽으로 내려 거름이 되면 다음 세대를 위해 쓰임 받으니 또 즐겁다. 나무는 농부며 정원사며 철학가며 시인이다.

 

비탈에서 겨울을 맞는 나무들

 

나무들 비탈에 나란히 서서

찬 겨울 바람을 맞고 있다

 

뼈를 드러낸 앙상한 모습들 사이로 바람이 불고

새도 오지 않는

겨울 아침을 조용히 맞고 있다

 

뿌리는 흘러 강물로 이어지고

머릿결은 떨어져 낙엽으로 쌓이고

 

마른 뼈들의 흔들림, 조용한 합창

마른 영혼들의 노래, 순순한 그리움들의 춤

 

지금 침잠해도

어느 바람엔들 춤이야 못추랴

어느 장단엔들 노래야 온몸으로 못 부르랴

 

억겁의 기다림을

어느 봄날엔들 아지랑이 아롱지지 못하랴

 

높은 삼각의 산정을 이루며

나무들 비탈에서

찬 겨울 바람을 맞는다

김홍섭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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