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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의 이유와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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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섭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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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의 이유와 우리의 미래

사전적 의미로 왜곡(歪曲,distortion) 은 ‘전달자나 수신자의 능력, 의도하는 바, 가치관, 그리고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전달자의 원래의 뜻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혹은 그릇되게 전달되는 경우로 커뮤니케이션의 방해요소이다.’ 그리고 성현들은 학문을 왜곡시켜 세력에 아부하는 것을 천박하고 명예스럽지 못한 자세로 곡학아세( 曲學阿世)라 하였다. 왜곡하다는 (사람이 무엇을) 사실과 달리 그릇되게 하거나 진실과 다르게 해석하다로 이해된다. 침소봉대(針小棒大)도 비슷한 논리다. 작은 것을 크게 부풀려 과도하게 문제를 삼는 것들도 실은 숨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근래 우리사회에 왜곡과 과장에 대한 논의가 많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Angus Deaton,1945~)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The Great Excape(위대한 탈출)”이란 책을 저술했다. 이는 <위대한 탈출>(한경BP)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책이 저자 서문을 상당수 빼고, 원전에는 없던 피케티와 대립각을 세우는 글을 추가해 원저자의 의도를 왜곡했다는 프린스턴대 출판부 지적이 있었으며, "한경BP는 기존 한국어판 판매를 중단하고 디턴 교수의 원전을 정확히 반영해 새로 번역한 개정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디턴의 한국어본 출간 관련하여 다음 사항은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첫째, 한국경제신문사 계열 출판사인 한경비피는 지난해 9월 앵거스 디턴의 책 <위대한 탈출>을 왜곡 출판했다. 둘째, 이 왜곡에 기반을 두고 한경비피는 물론 <한국경제>의 정규재 주필, 자유경제원의 현진권 원장 등은 당시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토마 피케티에 대한 우파의 ‘대항마’로 디턴을 내세웠다. 셋째, 최근 한경비피가 <위대한 탈출>을 왜곡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저자인 디턴과 원출판사인 프린스턴대학교출판부는 한경비피의 한국어판의 판매를 중단시키는 한편 원문을 제대로 복원해 새로운 번역본을 내라고 한경비피에 주문했다.

일부 국내 보수 언론은 디턴 교수가 "불평등이 경제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한 '성장론자'이고,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비판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와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즉 성장이 중요하며 불평등을 강조하여 분배를 강조하는 것은 디턴의 주장과 다르며, 피케티로 대표되는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는 경제이론을 반대하거나 비판하여 그 위력을 감소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이에 대해 한경BP는 지난 20일 "논란이 된 Preface와 Introduction을 프롤로그로 합친 것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싶었던 편집상의 문제"였고 "왜곡의 의도나 시도는 없었"다면서도 "논란이 일어난 만큼 부제는 원제 그대로 되살리고, 빠진 부분을 되살려서 완역본을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잘못된 증거 자료에 기초한 논리는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된다. 잘못되고 편견에 기초한 드레퓌스 사건은 결국 진실이 밝혀졌다. 당시 유대인에 대한 유럽의 편견과 보수 가톨릭교회 및 보수언론 등이 결탁한 허위사건이었다. 당시 군의 고급 장교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덮으려고 사실을 은폐했으며, 반유대적인 가톨릭교회와 보수주의 언론들도 드레퓌스 사건을 침소봉대하여 유대인들을 비난하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에밀졸라 등 지성인들의 투쟁과 열정 없이는 그 진실도 감추어졌을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사람은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할지 모르나, 그 사회는 매우 힘들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은 진실 되게 알리고 주장하는 것이 참 지성인과 지식인의 자세이다. 순간의 이해로 진실과 다르거나 현저히 과장된 말과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 온 국민의 이름으로 배격하고 타도해야 한다.

이번 디턴의 책 번영과 소개에도 진실되고 사실에 기초한 말과 행동이 절실하다. 그리고 진실은 가만히 앉아 있어서 밝혀지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릅뜬 눈으로 감시하고 용기있게 행동할 때 가능하다. 일시적 이익과 집단의 이익보다 더 큰 가치와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실현되어야 통일한국과 선진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김홍섭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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