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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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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전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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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6.>

천고마비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가을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마음에는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하늘이 높은 것도 말이 살찌는 것도 이제는 경험하기 어려운 아주 오래 전의 옛날 이야기에나 나오는 고사성어 정도로 생각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환경은 하늘조차 죽은 모습이다. 높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주어지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염이 되었으니 하늘이 높다는 표현이 마음에 다가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희부윰한 하늘은 그저 하늘이겠거니 하는 정도지 그 하늘의 맑음과 높음과 파람에 감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건물들이 마천루를 이루었으니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 시외로 나간들 온갖 시설물들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너른 초장은 기대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장애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푸른 공간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 녹록하지 않다. 하니 말이 뛰노는 초장은 아주 제한된 특별한 곳이 아니면 결코 경험할 수 없다. 말은 고사하고 작은 사슴 한 마리가 노닐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말이 살찌는 계절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금년 가을의 날씨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서너 주간 내내 맑고 높은 하늘이 가을 하늘이 높다는 것을, 그 하늘이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청명하다. 하늘이 높은 만큼 공기도 맑다. 눈과 가슴이 시원하다. 멀리 바라다보노라면 눈물이 난다. 그저 파란 하늘이건만 서울의 관악산은 물론 북한산과 남산이 한 눈에 보인다. 언제 보았었는지 ···. 어렸을 때 하늘이 이 하늘이었다. 오늘 보이는 저 산과 들이 그때도 오늘처럼 보였다. 맑은 공기가 높은 하늘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해서인가? 시에도, 노랫말에도, 그림이나 사람들의 말에도 가을은 심금을 울렸던 것이.

금년 가을 하늘은 어렸을 때로 돌아가게 한다. 눈이 시원하니 마음이 밝고 하늘이 높으니 마냥 소년이 된다. 멀리 보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높고 청명한 하늘은 특별한 것이 없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다. 철따라 살아가는 미물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시 한 수 외우지 못해도 그냥 시가 되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굳이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는지를 고민하지 않더라도 그냥 시인이 된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 ‘날씨 참 좋지?’ ‘날씨가 너무 좋아!’ ‘어딘가 가고 싶다.’ 나만이 아니고 모두가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셔서 인간에게 주셨건만, 태초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있었거늘 오늘서야 새삼 느끼는 것은 왜인가? 입으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말하면서도 정작 만물이 그냥 그렇게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무심히 지낸 것 아닐까? 아니 아름답기에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만족하셨던 것을 그렇게 볼 수 있는 눈도 마음도 잃어버린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 타락한 후 자기 것만 좋다고, 자기 것만 귀하게 보려는 자기중심적인 본성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음마저 빼앗겼는지 모른다.

아니 자기 것만 챙기려다가 배려해야 할 것들을 살피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생산성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에 이차, 삼차로 공해를 만들어내는 일들을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더 많은 공해물질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했으니 특별히 잘 못된 일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없이 공해물질을 만들어냈다. 한편 그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당장의 만족을 위해서 정말 귀한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이기적으로 행했다. 생각하지 못한 결과는 공해에 찌든 환경이 되고 말았으니 어디서 천고마비의 계절을 실감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한 후 그것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셨다. 그리고 그 기쁨을 인간을 창조하신 다음에 인간에게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셨다. 하나님이 만족하신 그것이 인간의 이상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족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타락)함으로써 오히려 아름답게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결국 자신만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까지도 망가트린 결과 아름답던 가을 하늘조차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없게 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음조차 잃어버린 인간은 자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망가트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그대로건만 오염시키고 개발을 명목으로 아름다움을 훼손시킨 결과다.

한데 요즘, 적은 양의 비지만 비가 내린 후 대기의 흐름이 바뀌어서인가? 아니면 자주 부는 바람 때문 일지 모른다. 금년의 가을은 눈이 시리도록 맑은 공기가 높은 하늘과 시야를 열어주었다. 덕분에 잃어버렸던 기쁨, 잃어버렸던 아름다움, 아니 잃어버렸던 가을 되찾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나님은 변함이 없었건만 인간이 문제인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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