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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경영 | 우리시대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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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섭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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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畵像)은 스스로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다른 대상과 남을 주로 그리던 화가들도 가끔은 자기를 성찰하고 그려 보게 된다. 가장 많은 자화상을 그린 화가중의 한사람으로 렘브란트를 들기도 하며, 고호, 고갱, 세잔, 피사로, 뭉크 등 거의 대부분의 화가들은 자화상을 남기고 있다. 자연과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와 미적 현현을 작업의 영역으로 삼던 화가들이 스스로에 대한 탐색과 성찰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라파엘로 등 르네상의시대의 화가들도 자신의 그림 작품 속에 자신의 형상을 그려 넣는 것을 즐겨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얼굴이나 형상을 작품 속에 넣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을 탓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얼굴을 그림에 넣어 회개와 성찰의 계기로 삼은 카라바조나 나쁜 역할에 미운 사람의 얼굴을 넣은 그림과 화가의 경우도 있다.

우리 회화사에 높은 평가를 받는 자화상으로 공재 윤두서 자화상(국보 240호)이 있다. 소품이지만 조선조 초상화의 백미로 평가되며, 부리부리한 눈매와 형형한 눈빛, 힘찬 구레나룻과 수염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고산의 증손자인 공재는 집안이 당쟁에 휘말리자 출사를 포기하고 해남으로 귀향해 살며, 낙향한 선비의 고독과 사대부의 강인한 자존심, 학자의 투명한 심성 등이 투영돼 있다고 한다. 자화상은 화가의 깊은 내면세계의 정신과 영혼까지 담아낸다

화가와 달리 시인이나 문인은 작품 속에 자화상을 넣기도 한다. 단테(Dante A.)는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 자신이 존경한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와 사랑한 베아트리체(Beatrice)를 넣어 자신을 인도하는 주인공으로 그리며, 구원의 아름다움으로 묘사한다. 우리 문학에도 자화상을 쓴 시인들이 있다. 미당 서정주의 <자화상>은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八割)이 바람이다.....병든 수캐마냥 헐떡이며 나는 왔다.” 로 자신의 젊은 날의 방황과 가족사를 쓰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라고 제3자의 시각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식민시대를 사는 젊은 영혼의 쓸쓸한 모습이 그려진다.

방황하던 젊은 날 “알 수 없는 깊은 샘 어느 곳에서 나와/ 넘쳐 흐르는 나의 눈물은/이 밤을 적시는 누구의 아픈 가슴이기에/이리도 가슴 저미는 것일까요..../수많은 사람들의 지껄임에서도 화사한 꽃판의 웃음에서도/가슴속에 스며드는 엷은 미소에서도/ 마침내/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의 강은/ 잿빛의 어느 업장이기에/ 이리도 무겁습니까”라고 자화상을 읊조리던 때를 되뇌어 본다.

<정관정요>에 “거울에 비춰보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허물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시대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국제시장>이란 영화에서 지난 개발시대의 애환에 공감하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나 <미생> 등을 보며 지난 날의 자화상을 들여다 본다. 후세대는 선배, 부모님의 얘기를 들으며 그 때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기도 한다. 자기를 성찰하고 늘 자화상을 그려 보는 것은 의미있고 중요하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주자가 반드시 목표점에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바른 방향과 함께한 이들과 더불어 잘 가고 있는지 되돌아 보면서 달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화가와 작가들이 그림과 작품 속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전진과 도전의 기회로 삼았던 자화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바쁘고 혼잡한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의 우리와 나를 되돌아 보며 잘못을 되풀이 않고 편안할 때 미래의 위기를 준비하는 것이(거안사위:居安思危) 필요한 때다.

전도서 기자는 말한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전7:14) When times are good, be happy; but when times are bad, consider: God has made the one as well as the other. Therefore, a man cannot discover anything about his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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