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경영 분류

교회와 경영 | "나쁜 사마리아인"

작성자 정보

  • 김홍섭 교수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선한 사마리아인은 예수님이 누가복음(10:36 )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유명한 이야기다. 당대의 지도자와 종교적 고위층인 제사장, 서기관, 바리새인 등 그 누구도 강도 만나 어려움에 처한 나그네를 돌보아 주지 않았고, 당시 유대인들이 더럽고 추하다고 여긴 사마리아인이 오히려 그 나그네를 돌보아 준다는 내용이다.

이런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나쁜 사마리아인’이란 책이(장하준 저, 이순희 역, 부키) 몇 년전에 나왔다. 근래 국방부에서는 이 책을 금서목록에 넣어 메스컴에서 찬반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책의 저자는 세계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선진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을 소위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물가 상승을 공공의 적 1호로 간주한다.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임을 지적한다.

 

소위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과 대안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첫째, 극심한 물가 상승의 파괴적 성격을 인정하는 것과 물가 상승률이 낮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논리적 비약이 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반드시 해로운 것이 아니며, 심지어 급속한 성장 및 고용 창출과 양립할 수도 있다. 물가 상승률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엄격한 금융․재정 정책은 경제 활동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노동 수요의 감축, 실업 증대, 그리고 임금 감소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낮은 물가 상승률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 놓은 수입은 더 잘 보호하지만, 반대로 노동자들의 미래 수입을 감소시키는 양날의 칼이다.

 

둘째, 재정 건전성이다. 이는 소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권장하는 신자유주의 거시경제학의 핵심 주제이다. 그들은 적자 지출은 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경제 안정성을 해치고, 따라서 성장을 감소시키고 고정된 수입으로 사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표리부동하게도 부자 나라들은 경제 침체기가 도래하면 자신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제시했던 일들―이자율을 높인다든가, 흑자예산을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나쁜 사마리아인은 민주주의란 미명하에 개도국의 정치,경제적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신자유주의 정책 의제에서 중요한 하나의 정치 문제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신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는 확고한 합의가 존재한다. 과연 이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은 실제로 천생연분이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시장은 ‘1달러 1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결정은 대개 시장의 논리를 뒤엎는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 근본적인 긴장 관계가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자유 시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경제 발전을 촉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면, 이것은 대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처럼 자유 시장의 촉진 때문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넷째, 가난한 나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이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보다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역사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근본적으로 나누어 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우수한 제조업 능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부문이 튼튼하지 않을 경우에는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유 무역 경제학자들이 농업에 집중하라고 권장하고, 탈공업화를 부르짖는 경제 예언가들이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번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길이다.

 

다섯째, 지난 사반세기 동안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발전에 ‘알맞은’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어 왔다. 이들은 IMF, 세계은행, 그리고 WTO라는 사악한 삼총사와, 지역별 FTA나 투자협정을 이용해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기장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는 개념을 계속 들먹인다. 하지만 국제 경쟁은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경기자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따라서 약한 나라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약한 나라들이 자국의 생산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가 선진적인 나라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도록 지적소유권 보호를 완화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또 부자 나라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술을 이전해 줌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도 있다.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개도국과 저개발국가의 고통이 더 심하다. 상대적 부를 누리는 선지국들이 열리고 나누는 협력과 상생의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를 일으키고 서로 더 잘 사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