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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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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교수 김홍섭 교수

사랑은 인류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이자 본질적 감정이다. 사랑은 인간이 발견한 가장 귀중한 도덕이며 윤리이며, 인류가 넓게 보편적으로 펼치고 실천할 근본 사상이며 가르침이고, 인류의 모든 행위가 지향해야 할 귀결점이기도 하다. 동서양과 고금을 통해 사랑은 지고지순의 가치이며 거의 모든 종교의 핵심 내용이다.

모든 시대와 사람들이 사랑을 주장하고 실천하기 위해 국가를 세우고 정당과 정책을 입안하여 실천한다. 이 때 각 민족과 나라와 당파와 세력들이 나뉘어 있어 각기 이해와 관심이 동일하지 않을 때 사랑은 보편타당한 가치보다 개별 민족과 파당의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 때 근본적 사랑의 가치는 나뉘고 다양한 색깔로 바뀌게 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법제와 관습의 영역으로 구체화 될 때는 매우 다른 형태로 변화되기도 한다.

개인차원에서도 민족간 차이, 관습과 계층의 차이, 빈부의 차이 등으로 사랑이 모두 실현되지 못하고 갈등과 슬픔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갈등과 차이를 극복하고 이루어 낸 사랑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우리를 감동케하며 다양한 예술의 주제로 승화되곤 한다.

대표적인 서양의 경우로 우리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비련의 사랑이야기를 들 수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다를 사이에 둔 아일랜드와 영국의 귀족들간의 정략에 의해 사랑하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야기다. 로마 멸망 후, 아일랜드는 번성하여 영국을 지배하고 영국은 여러 부족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또한 아일랜드의 왕에 의해 부족들간의 연합은 금지되어 있었다. 이런 혼란기에 트리스탄은 어린 시절, 아일랜드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영국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 군주 마크에게서 키워진다. 트리스탄은 최고의 기사로 성장했지만 아일랜드와의 전투에서 독이 묻은 칼에 부상을 당하게 된다. 모두 그가 죽은 것으로 알고 그들의 장례절차에 따라 배에 띄워 보낸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젊고 연인들이 정략에 희생되는 전설의 이야기는 후에 바그너에 의해 오페라로 창작되어 회자되고 있다.

프랑스브르타뉴에서 태어난 피에르 아벨라르(Plerre Abelard.1079~1142)는 저명한 철학자이며 신학자로 30대에 당대 최고학문의 전당인 노트르담성당 부설학교강사다. 서른아홉 살 때 아벨라르는 예쁘고 명석한 열일곱 살의 엘로이즈(Heloise.1101~1164)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녀는 퓔베르란 파리대성당성직자의 조카딸로 숙부의 열정적인 지원하에 재색을 겸비한 여인으로 세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아벨라르는 퓔베르를 찾아가 엘로이즈의 신학가정교사자리를 자청하게 되고, 둘을 사랑에 빠진다. 숙부 퓔베르는 아벨라르가 스물두 살이나 연하인 조카딸한테 연심을 품었으리라곤 생각도 안했으나, 선생과 제자는 신학공부보단 사랑에 빠지고 정염을 불태우다 임신하게 되어 두 사람의 스캔들은 파리뒷골목까지 퍼지고 숙부 퓔베르도 알게 돼 대노한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와의 결혼을 청원하게 되며, 둘은 비밀결혼하게 된다. 아벨라드가 수도원으로 엘로이즈를 빼내 은둔시킨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던 퓔베르는 하수인들을 매수하여 한밤중에 취침중인 아벨라르 침실에 급습 그의 성기를 절단해버린다. 거세당한 아벨라르는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감이 최선이란 생각을 하게 되어 수도원에 머물고, 후에 그는 수도원을 나와 아무도 모르는 황무지에 은둔하며 수도생활에 전념하며 엘로이즈에게서 종적을 감춘다. 은둔10, 엘로이즈가 머문 수도원이 파산하자 오갈 데 없는 그녀에게 아벨라르는 자신이 개척한 파라클레수도원을 몽땅 내어 주어 운영하게 하고 자신은 곧 떠난다. 십년 만에 재회한 두 연인은 떨어져 살면서 12(1132~1137년까지 아벨라르가 쓴 8, 엘로이즈가 쓴 4)의 편지를 교환했는데 오늘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로 순전한 사랑과 연애편지의 대명사가 되었다. 1142년 아벨라르가 세상을 떠나자 엘로이즈는 그의 시신을 파라클레로 운구해 오며, “우리가 만끽한 저 기쁨이 너무도 감미로워서/ 생각만으로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것이 행복하게 해주네."라 쓰며 그가 죽은 뒤 22년을 더 살고 애인과 같은 나이에 영면하며 한데 묻힌다.

우리에겐 조선시대 소설 춘향전은 당대 금기시된 반상의 계급차이를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어려움과 극복의 이야기로 우리의 대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후에 판소리 등으로 확장되어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근대 소설로 이광수는 사랑에서 의사 안빈과 간호사 석순옥의 지순한 사랑을 묘사한다.

근래 우리는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담은 영화 박열를 보며 곤혹한 시대를 살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 이야기를 기억하게 된다. 박열(朴烈,1902~1974)과 가네코 후미코(1903-1926,한국명 박문자)19223월 도쿄에서 만난 뒤 재일조선인 아나키즘 항일 운동과 조선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 가네코는 朴文子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옹호하고 일제의 탄압 정책을 비판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자신들이 믿는 가치인 자유, 정의, 평등, 세계 평화 등을 위해 헌신하며 특히 조선의 독립을 위해 활약하던 박열과 가네코는 체포되어 사형판결을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 가네코는 1926723일 자유를 찾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박열은 222개월 옥살이 후 미군에 의해 풀려났다. 문경시와 박열의사기념사업회는 훗날 에 있는 박열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현 위치에 묘역을 조성해 두 분의 자유·독립 정신을 후세에 전할 계획이다.

가네코 후미코의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정숙 )의 마지막 문장은 얼마 안 있어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없어지겠지. 하지만, 모든 현상은 현상으로서는 소멸되지만 영원의 실제 속에 존속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냉정한 마음으로 이 조잡한 기록의 붓을 놓는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 위에 축복 있으리.”라 쓰고 있다. 엄혹한 시대를 살던 두 연인은 아름다운 사진 한 장과 후에 이준익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깊게 남아 있다.

사랑은 알렉산더 포프(A. Pope, 1688~1744)의 시 영원한 햇살(eternal sunshine)처럼 우리 가슴에 남아있으며, 살아 우리를 흔들고 감동하고 눈물짓게 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이다. 사랑은 모든 선과 지혜와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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