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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지식의 오류: 시간이 없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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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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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환 박사 김호환 박사

19858월 어느 날,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기 위해 서베를린의 테겔(Tegel) 공항에 내렸다. 낯선 외지에서 첫 눈에 들어온 공항 서점에서 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책이 바로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젝커(Carl Friedrich Freiherr von Weizsacker)시간이 없다라는 책이었다. 세계적인 핵물리학자로서 하이젠베르그의 제자였던 바이젝커는 1980년대 소련 패권주의와 유럽 국가들 간의 긴장과 또한 미국과 소련의 직접적 패권경쟁에 있어서 추후 핵폭탄을 포함한 원자력 에너지의 적절한 균형과 배치가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로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폰 바이젝커는 시간이 없으니 원자력 문제에 관해서 동서가 서로 얼굴을 맞대어 놓고, 상의해보자고 하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지금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한 간의 논의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그는 지금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지구는 인간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멸망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젝커의 원자력 사용에 대한 문제점에 관한 지적은 당시 독일 젊은이들에게 굉장히 깊은 관심과 사회적 이슈이며 정치인들에게는 깊은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 결과 독일 국회와 녹색당 중심으로 한 노동자 총회와 학생 중심의 협의체 대부분이 원자력을 미래 사회에서 퇴출시키기로 결론을 맺었다. 그리고 태양에너지와 풍력을 통한 좀 더 원시적인 그러나 자연적인 방법을 통한 에너지 혁명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상황은 그들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독일 제조업이 필요로 했던 전력 에너지와 통일된 동서독 간의 산업 에너지를 충분히 뒷받침해 줄 전력이 모자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원자력의 재사용과 동서간의 군비 경쟁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핵전쟁의 두려움의 해결책으로 원자로들을 폐쇄한다는 문제와, 다시 필요에 의해 원자로를 재가동시킨다고 하는 일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일차적으로 비핵화 내지 반원자력 사용의 직접적 원인은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노후한 설비 문제로 발생된 이 원자력 사고는 소련 공산주의에 의해 오히려 녹색 환경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소련 공산주의는 자신들의 문제를 교묘하게 세계 공산주의화를 위한 녹색 운동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학생 운동은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발견했고, 정치인들은 이를 새로운 정치적 슬로건으로 받아들였다. 유럽 지식인들은 새로운 친 사회주의적 정치구도에 탐닉되기 시작했고, 막연하게나마 소련 공산주의를 평등사회이자 곧 유럽이 요구하는 고요한 평화가 존재하는 이상주의의 실현 장소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스탈린식 공산주의의 폐해가 동구라파를 넘어 서유럽의 군사적 압박으로 다가왔을 때까지 유럽 지식인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동경은 계속되었다.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 제시되었다. 현미경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자유와 개인의 권리가 억압되었다고 하는 사실 때문에 한국의 지식인들은 새로운 투쟁의 장을 발견하고 있었다. 한국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은 세계의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불편케 하는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지식인들은 이미 여러 통로를 통해 자신들에게 전수되었던 세계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자유와 평등 그리고 개개인의 주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권리에 침착하기에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작은 나라였다. 이 때문에 계획경제를 통해 일정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려고 하는 정권과 무조건적인 개인의 권리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정의 추구로 인해 갈등은 계속되었다. 당시 한국의 정치적 문제는 독재 정권에 대한 대항을 빌미로 발생했지만 이는 무한한 자유주의의 요구와 국가를 계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려고 하는 부류들 간의 충돌이 빚어진 사건이었다.

소위 민주화를 표방한 지식인들의 외침은 항상 독재 투쟁이라고 하는 정치적 구호로 연결되지만 그것을 은연중에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도 한 발 빠른 잔꾀를 부리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김호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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