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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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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교수

 

동녘에서 여명을 뚫고 아침 해가 떠오른다. 밝고 힘찬 열기는 또 하루를 열심히 살라는 기회와 축복과 동시에 의무를 우리에게 준다. 아침 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떠오르며 햇살은 모두에게 따사로이 내린다. 하루의 시간을 출발하며 일터로 쉼터로 만남을 위해 도전을 위해 또 어떤 경우는 헤어짐을 위해 집을 나선다. 하루의 시간은 오전의 바쁨을 지나 정오의 허기와 맛있는 점심과 다소 여유론 오후 그리고 노을의 저녁과 밤이 온다. 하루의 시간은 아침, 오후, 저녁과 밤으로 이어지며 반복된다.

일 년의 시간도 봄의 씨앗과 새싹에서 여름의 찌는 더위속의 늠름한 성장, 가을의 결실과 조락 그리고 겨울의 침잠과 성찰의 시간이 온다. 인간의 평생의 삶을 수수께끼로 상징한 스핑크스의 질문은 인간 실존의 치열함을 보여준다. 그리스에 테베라고 하는 도시 국가로 가는 길에는 험준한 바위산이 있고 그 길목을 스핑크스가 지키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여자의 얼굴, 사자의 몸, 독수리의 날개, 뱀의 꼬리를 가진 괴물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져 틀린 답을 한 사람들은 잡아먹었다. 수수께끼는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다리로, 저녁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는 것이며 답은 ‘사람’이다. 답을 모르면 괴물에 의해 내가 죽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답을 알면 질문을 한 괴물이 죽는 실존의 문제다. 하루를 시간적으로 마무리하는 저녁의 노을과 일 년을 결실하며 정리하는 단풍의 가을, 그리고 일생의 노년을 가는 지팡이를 든 세 다리의 사람은 우리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며 그림자일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페이터의 산문’은 호머의 시구(詩句)를 인용하여 낙엽을 노래한다 “ ....참다운 지혜로 마음을 가다듬은 사람은, 저 인구에 회자하는 호머의 시구 하나로도 이 세상의 비애와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가을 바람의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잎, 잎, 조그만 잎, 너의 어린애도 너의 아녀자도 너의 원수도 너 를 저주하여 지옥에 떨어뜨리려 하는 자나, 이 세상에 있어 너를 헐고 비웃는 자나, 또 는 사후에 큰 이름을 남긴 자나, 모두가 다 가지고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

낙엽을 쓸어 모아 태우며 이효석은 바쁨을 묘사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낙엽과 더불어 우리에게 아쉬움과 그리움의 상징으로 노을이 있다. 노을은 하루를 장엄하게 불태운 태양이 쉼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멋지게 서녘하늘에 장식하는 웅혼한 꽃판이며 교향곡이기도 하다. 동시에 아련한 배경으로 우리를 감싸는 정겨운 음악이기도 하다. 정호승은 ‘이별 노래’에서 “...그대 떠나는 곳 / 내 먼저 떠나가서 /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라고 노래한다.

노을과 낙엽은 비슷한 성정(性情)을 나타낸다. 다양한 색깔로 존재의 빛을 드러내며 휘황한 결실과 완성을 노래한다. 뜨거운 열기보다 잘 농익은 와인이나 밀주의 은근한 향이 난다. 그 빛깔의 찬연함과 온 세상과 온 하늘을 물들이는 정성과 심원함은 우주를 바꾼다. 가을이 깊어 겨울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다. 한 해를 결산하고 또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때이다.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에게 성경은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3:11)

<가을 여행>

 

잎새들 빛깔 고와지고

서리 까마귀 나는

깊은 가을에

길을 떠난다

 

추수한 볏짚에

햇살 수북히 쌓이고

 

젊은 날들의 기다림과 망설임

켜켜히 떨어져 쌓이는

숲길에 서면

이름 모를 갈꽃 외로이 피고

 

하늘 나는 기러기떼

소소히 날아 집으로 간다

 

근원 모를 외로움을

저 서녁에 뜬 달은 알까

 

나나히 벗겨지는

나무들의 춤사위에

산 빛깔이 진해간다 (졸시집, ‘기다림이 힘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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