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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오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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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교수 인천대학교

신화와 오늘의 삶

 

우리는 일상의 삶을 살면서도 늘 신화(神話)와 비전과 상상의 세계를 생각한다. 일상의 사실(事實)들은 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것들도 넘쳐나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도 나타난다. 이 때 우리는 그 사건들을 설명하고 본질적 원인을 조사, 탐구해 타당한 설명기제를 만들고 그걸 나름대로 해석하고 나서야 내심 안심하게 된다.

인류에게는 많은 가르침과 주장과 이론으로 넘쳐난다. 가장 원형적인 것으로 신화(myth)를 든다. 신화는 다양한 변용을 통해 한 민족과 나라와 어쩌면 인류의 존재이유와 준거가 되기도 하고 모든 삶의 원형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민족은 고유한 신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 신화는 선조와 영웅들의 영웅담과 희생과 사랑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시대 작가 이병주 선생은 소설 ‘산하’에서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褪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 란 유명한 말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 신화는 한 나라 혹은 한 민족으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예로부터 섬기는 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뜻한다. 우리들에게 전해오는 이야기들은 전설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을 신화와 비교하여 볼 때 이야기의 주제가 서로 독립된 것이 보통이며 구성도 단편적인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신화는 신과 인간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하며 신화 세계를 구성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신화를 말하게 된 동기는 아마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나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을 때 또는 어떤 대상을 '신'과 연관시켜 사건이나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설명하며 되새기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J. Cambell,1904.~1987)에 따르면, ‘...근동의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레반트(Levant) 지역의 구석기 시대에는 열대 지방의 식물 관련 신화와 온대 지방의 동물 관련 신화가 분포해 있었다. 신석기 시대 때는 농경 사회가 형성되고 이들이 밤하늘을 관측하면서 모든 만물이 천체 질서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후 농경민족에게서 밀려나던 동물관련신화 민족이 말을 길들이면서 유목민족으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다양한 신화와 역사가 혼재해오고 있다. 가까운 주변의 사람과 일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전해지고 이야기화 되고 신화가 되기도 한다.

미당 서정주는 만년에 고향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질마재 신화’란 시집을 출간했다. 주변에 전해오는 설화 들은 서사시 형태로 적어 인간의 근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신선(神仙) 재곤(在坤)이’란 신화를 소개한다.

“땅 위에 살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재곤(在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앉은뱅이 사내가 있었습니다. 성한 두 손으로 멍석도 절고 광주리도 절었지마는, 그것만으론 제 입 하나도 먹이지를 못해, 질마재 마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그에게 마을을 앉아 돌며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 하나를 특별히 주었었습니다.

 ‘재곤이가 만일에 목숨대로 다 살지를 못하게 된다면 우리 마을 인정(人情)은 바닥난 것이니, 하늘의 벌(罰)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두루 이러하여서, 그의 세 끼니의 밥과 추위를 견딜 옷과 불을 늘 뒤대어 돌보아 주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갑술년(甲戌年)이라던가 을해년(乙亥年)의 새 무궁화(無窮花) 피기 시작하는 어느 아침 끼니부터는 재곤이의 모양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일절(一切) 보이지 않게 되고, 한 마리 거북이가 기어다니듯 하던, 살았을 때의 그 무겁디 무거운 모습만이 산 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마다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줄 천벌(天罰)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거듭 바뀌어도 천벌은 이 마을에 내리지 않고, 농사(農事)도 딴 마을만큼은 제대로 되어, 신선도(神仙道)에도 약간 알음이 있다는 좋은 흰수염의 조선달(趙先達) 영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재곤이는 생긴 게 꼭 거북이같이 안 생겼던가. 거북이도 학(鶴)이나 마찬가지로 목숨이 천 년은 된다고 하네. 그러니 그 긴 목숨을 여기서 다 견디기는 너무나 답답하여서 날개 돋아난 하늘로 신선(神仙)살이를 하러 간 거여…….”

... 그래서 그들도 두루 그들의 마음 속에 살아서만 있는 그 재곤이의 거북이 모양 양쪽 겨드랑에 두 개씩의 날개들을 안 달아 줄 수는 없었습니다.“

불쌍하고 소외 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중요함을 전해주며, 이를 다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아쉬운 부담과 두려움을 나름대로 정리해 가는 과정과 심리를 신화형태로 전하고 있다. 이 신화는 오늘의 다양하고 험한 사건과 이해 못할 현상들을 우리는 어떻게 또 다른 설명과 타당화로 살아가는가를 반추케 한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가며 사랑의 마음으로 주변의 문제에 관심 갖고 참여하는 것이 현실을 참되게 살아가는 길이며, 곧 역사를 만들어 가며 그것들이 쌓여 신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마5:40-41)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우리의 오늘의 작게 보이는 사랑의 삶은 언젠가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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