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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용기

 

인류역사는 진실을 찾아가는 긴 행로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이 부족해서 어둠을 헤매거나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 미신이나 우상에 휘둘리며 살던 오랜 시절이 있었다. 많은 인간의 무식과 무지로 인한 폐해와 고통은 과학과 지식의 발달로 점차 해소되고 인류는 발전을 지속해 오고 있다. 미신이나 악마의 저주로 믿어왔던 많은 불치의 병들이 세균과 미생물에 기인함을 발견하여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졌으며, 인류는 건강수명을 점차 확대, 연장해 오고 있다. 우주와 많은 자연의 신비와 두려움들도 과학과 지식의 향상으로 자연 재해를 예측 가능하고 과거의 두려움들이 이해되고 친밀해 지기까지도 한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드레퓨스(Alfred Dreyfus,1859~1935)사건은 진실을 진실로 밝혀내는 것의 지난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며, 우리역사에서도 많은 허위가 진실을 덮은 사건들이 많았다. 근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다수의 간첩 조작사건 등은 우리 역사의 굴곡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근래 우리는 또 다른 사건을 만나게 된다. 19년 동안 아들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부당하게 정해진 판결과 국방부의 고집을 끝까지 견디고 싸워 부당함을 알리고 진실을 밝혀낸 김척(75)장군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들 훈이는 죽었지만, 미력이나마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중대 소대장 고(故) 김훈(당시 25·육사 52기) 중위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온 아버지 김척 장군은 아들의 명예 회복은 물론 다른 많은 의문사 병사들과 진정한 군대의 정의와 명예를 위해 전역 후 편안한 삶을 버리고 끝까지 진실을 위해 참고 싸웠다.

고 김훈 중위 사건 현장에서는 타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흔적으로, 김 중위의 손목시계와 사건 현장의 지뢰 박스 등이 부서져 있어 그가 사망 직전 누군가와 격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오른손잡이인 김 중위의 왼손에서 화약흔이 발견된 점도 타살 의혹의 근거가 됐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방부와 함께 김 중위의 사망 당시 사격 자세로 권총 발사 실험을 했는데 실험 참가자 12명 중 11명이 김중위의 경우와는 다르게 오른손에서 화약흔이 나왔다. 어려가지 증거와 정황에도 군 당국은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자살 사건으로 덮으려 했고, 타살 의혹이 불거지자 국방부는 특별조사단을 편성해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김 중위의 자살 결론은 바꾸지 않았다. 사건 직후 군 당국이 현장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한 초동 수사를 한 탓에 진상규명 자체가 어려웠다. 김척 장군은 199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6년 12월 군 당국에 부실한 초동 수사의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에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주심 재판관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었다. 2012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도 국방부에 김 중위의 순직 처리를 권고했지만 군은 무시했다. 촛불에 의해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고 김훈 중위는 지난달 2017.8.31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결정으로 순직 처리됐다. 김중위의 죽음에 대한 모든 진실은 밝혀지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떠난 지 19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고, 국립묘지에서 영면할 수 있게 됐다. 그의 유골함은 여태까지 경기도 고양시 벽제에 있는 육군 부대 컨테이너에 보관 중이다. 김척 장군은 "수사팀이 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19년 동안 이 고통을 겪었겠는가, 가정이 파탄이 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며, "군 당국이 아들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아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게 국민의 군대"라고 말했다.

우리는 드레퓨스 사건에서 에밀 졸라(E. F. Zola)가 용기있게 문학 신문 로로르(L'Aurore, 여명 1898.1.13)에〈나는 고발한다!('J'accuse!')〉라 주장하여 사태 전환의 계기가 되었음을 잘 안다. 근래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처럼 독일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용기로 광주의 진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 이번 김훈 중위의 사건도 진실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과 용기 그리고 아들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진실이 빛을 발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동시에 대법원과 주심 김영란 대법관의 진실에 대한 용기와 권익위원회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이는 어려울 수 있었다.

김홍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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