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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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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이종전 교수

도시는 사람이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만큼 복잡하고 부딪히는 일이 많다. 또한 집단이 커진 만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많다. 모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동반되는 문제들이다. 그러한 일들로 인해서 피곤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점점 도시로부터 탈출하는 경향이 보인다. 전원에 대한 향수도 있을 것이고, 대도시에서 부딪히면서 힘들었던 힘들었기에 쉬기를 원해서 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디로 가든 독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형태로든 관계와 나눔, 함께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원을 동경하면서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다시 돌아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전원에 대한 몰이해나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전원에 정착하는 것은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아파트라고 하는 혼자만의 공간에 다시 고립된다. 이율배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웃은 필요하나 결코 혼자일 수 있기를 원하는 두 마음이 도시를 선택하게 했고, 동시에 고립을 자원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분명히 한 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 좁은 국토인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동행할 수 있는 이웃은 없다. 다만 자신은 집단 안에 고립된 형태로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으려고 한다.

묘한 현상이 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살고 있고, 매일 부딪히며 이웃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구어(舊語)가 되었다고 할 만큼 결코 새롭지 않은 신조어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웬만한 식당이나 카페에는 혼자 앉을 수 있는 곳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더 이상 새롭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당연히 과거에는 1인 메뉴로 제공되지 않던 것까지도 주문할 수 있다.

분명히 주변에 사람이 많고 지인들도 많다. 직장의 동료나 이렇게 저렇게 관계된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사람들은 혼자다.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거나 무관심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혹은 일을 위한 대상일 뿐이다. 일을 위해서 그들과 만나고,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일이 자신의 직업으로서의 일일 수 있고, 굳이 직업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한 모임이나 단체의 사람일 수 있다. 그 안에 함께하고 있을 때는 동료요 동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친밀감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되면 그들은 관계의 대상에서 여지없이 제외된다. 스스로가 그 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이상 개인적인 관계도 지속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현재적 관계는 필요에 의한 것만 있을 뿐이다.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면 더 이상 관계의 대상이 아닌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니 2천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독하고, 외롭다. 1인 가구가 2017년도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10%가 넘는 562만 명이라고 한다. 이것을 가구단위로 본다면 이미 전국의 9대도시를 중심으로는 전체 가구대비 30%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과도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 그런데 조사된 통계에는 재미있는 항목이 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라는 항목인데, 그 수가 53%나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30%나 된다.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도 있고, 사람은 많지만 굳이 엮여서 복닥거리는 관계로 힘들어지는 것이 싫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은 언제나 이웃을 필요로 한다. 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의미화가 가능하고 나아가서 풍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존재의미를 확인하는 것과 관계를 통해서 주어지는 기쁨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이웃에게 자신이 그러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웃, 자신의 삶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이웃그리고 그리스도인라면 지체의 관계를 확인하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하나님과 동행하도록 지음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께서 함께하도록 한 지체들과 동행하는 가운데 행복을 누리도록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지체의 관계는 하나님과의 동행을 전제로 한다. ‘동행의 과정을 통해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관계이다. 그것이 시대적 환경을 넘어 삶의 의미를 더하게 하는 것이기에 동행은 필연이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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