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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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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언젠가부터 우리의 전통으로 형성되어 전해져오고, 또한 우리 스스로도 그것을 지키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절기가 있다. 그런데 한 해를 24절기로 나눠서 일상의 지혜로 사용한 것은 탁월한 시간표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절기들이 대부분 잊혀졌고,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는 기상청의 역할이 대신하게 되면서 무관심하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아직도 몇 가지 절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그 절기에 따른 일이나 의식은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로, 월력(月曆)에 따른 명절이 있다. 예를 들어 설, 정월보름, 단오, 추석과 같은 것들이다. 이 역시 보름과 단오는 사실상 잊혀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선하는 행사정도만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정도다. 다만 설과 추석은 아직도 국민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물론 명절을 지키는 풍속도는 옛 것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실제로 추석이나 설 연휴의 경우 각 여행사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명절연휴가 되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공항에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유명 리조트나 관광지는 물론 이제는 조용한 쉼터를 찾아서 연휴를 즐기려고 하는 이들이 많아 졌다.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과거에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중심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함께하는 것에 명절을 지키는 의미가 집중되었던 것이라면, 그 가치나 추구하는 의미도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대에 명절은 먹는 기쁨과 짧은 기간이지만 풍요로움을 맛보기를 원했다. 하여, 명절 내내 다양하고, 푸짐한 명절음식들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것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그 모든 음식을 집중적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몸이 힘들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지금처럼 일부 가공된 것을 사다가 완성하는 것도 없고, 완성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더더욱 없었다. 논과 밭에서 얻은 식재료를 처음부터 가공해서 음식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절이라고 해도 경제적으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는데, 음식은 장만해야 하니 가난한 현실에서 어머니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명절이라고 흩어졌던 가족과 친척들이 모였는데, 뭔가는 먹을 것을 내놓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들에게는 참 힘든 날이 명절이었다. 그럼에도 그날을 통해서 함께하는 기쁨이 있기에 그것을 감당했던 것도 어머니들이다. 힘든 것만 생각하면 명절이 없기를 바랐을 것이지만, 그 날을 통해서 흩어졌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감당했던 어머니들의 마음 때문에 명절을 대물림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이렇게 어머니들의 수고와 아픔이 이어준 명절의 대물림은 우리의 전통이 되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종교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중화되고, 일상화되어 자연스럽게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이 되는 데는 어머니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점점 그 의미가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종교적인 요인은 이미 약화되었고, 그렇다고 어머니들의 수고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름다운 것의 대물림은 결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누군가 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만들어지고,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대물림으로 다음세대가 이어갈 수 있어야 좋으련만 그마저 이제는 자신만의 만족으로 끝내려하니 아름다움마저 끊어질까 걱정이다.

신앙의 대물림도 다르지 않다. 신앙의 가치와 그것이 남기는 문화와 기쁨이 동반될 때 강요하지 않더라도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신앙은 절대진리와 절대가치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것은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점점 주일학교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교회에 주일학교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국가가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신앙의 대물림을 위한 애틋함이 부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으니 깊이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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